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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100조 코로나 손실보상, 선거용 돈풀기는 곤란

[fn사설] 100조 코로나 손실보상, 선거용 돈풀기는 곤란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이익공유제, 이재명 경기지사의 재난지원금에 이어 이번엔 정세균 국무총리의 방역피해 손실보상법을 놓고 22일 논란이 일고 있다. 세가지 사안 공히 주도자가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재원 마련은 뒷전인 채 경쟁적으로 기업과 공직사회에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4·7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 등을 앞둔 정치권의 선심성 돈풀기 정책의 인상이 짙다.

손실보상제를 주도하는 정 총리는 “정부의 방역 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못 한 분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라며 “기획재정부 등은 국회와 함께 법적 제도 개선에 나서 달라”고 지시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정부 지침에 따라 영업하지 못한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제도화하는 것은 정부와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거들었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해외에서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 대책이 아닌 법으로 조문화할 경우 제외된 이들의 법적 소송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이유를 대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개혁하는 과정엔 항상 반대 세력, 저항 세력이 있다"는 정 총리의 진노에 꼬리를 내렸다.

코로나 19 펜데믹 상황에서 벌어진 영업정지 등은 방역 목적에 따라 정부가 경제활동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으로 천재지변과는 다르다는 게 여권의 손실보상법 추진 논리이다. 국민이 합법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는 법제화 취지에도 우리도 동감을 표한다. 헌법 제23조엔 '공공 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에 대해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적시돼 있다. 적절한 보상은 헌법적 권리이다.

다만 법적 보상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누구에게 얼마를 보상할지, 또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657만3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690만4000명) 중 24.4%에 달했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매출이나 소득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 액수 등을 산출하고 대상자를 선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지원 대상과 지원액을 둘러싸고 향후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손실 보전액은 연 1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손실 매출액의 50%(일반 업종)에서 최대 70%(집합금지 업종)까지 보상할 경우 보상액은 월 평균 24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영업 제한 기간을 4개월로 한정해도 연 98조가 넘는다. 같은 당 강훈식 의원은 액수를 줄여 최저임금·임대료의 20%를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월 1조2370억원, 연 14조8440억원으로 추산됐다.

코로나 19 발생 1년이 지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는 생계 절벽에 내몰렸다. 특히 1, 2, 3차 유행 때마다 정부의 영업 금지·제한 조처 등을 따랐던 이들은 생계의 위협을 넘어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자영업자의 손실 보상을 논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정교한 검토와 계획 없이 강제보상을 서둘러선 안 된다. 특히 선거를 앞둔 여권이 또 하나의 포퓰리즘식 재정 살포 카드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실무 부처의 의견을 경청해 형평과 효과를 두루 확보할 수 있는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다. 정부의 제도적 개입은 불가피하지만 표를 겨냥한 선심성 퍼주기는 피해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