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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코로나 국채 인수 논란, 한은이 입장 밝히길

어떤 부작용 있는지
권위 있는 설명 기대

[fn사설] 코로나 국채 인수 논란, 한은이 입장 밝히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5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코로나 손해보상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등 63인은 '코로나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안'을 지난 22일 발의했다. 그중 11조(條)가 논란을 불렀다. 국가가 국채를 발행하면, 그 국채를 한은이 직접 매입하고, 그렇게 마련한 돈을 소상공인 등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소요 재원은 월 24조원, 4개월어치만 보상해도 100조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지금도 한은은 국채를 매입한다. 지난해 한은은 코로나 대응책의 일환으로 국채 11조원어치를 매입했고, 올해는 5조원을 추가로 사들일 예정이다. 단순하게 보면 코로나 국채도 한은이 돈을 찍어 정부에서 그냥 매입하면 된다. 하지만 이 같은 법안 내용이 알려지자 한은과 시장이 화들짝 놀랐다. 왜 그런가.

한은은 정부 부채의 화폐화에 반대한다. 정부가 떠넘긴 빚(국채)을 중앙은행이 받아주기 시작하면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와르르 무너진다. 이주열 총재는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국채 매입에 대해 "정부의 지출을 뒷받침하는, 소위 정부 지출의 화폐화 차원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매입 방식도 발행시장, 곧 정부에서 직매입한 게 아니라 유통시장에서 공개적으로 매입했다. 직매입을 허용한 한은법 75조에 대해선 열석발언권과 마찬가지로 제도는 있지만 실제론 사문화한 조항이라고 설명한다. 열석발언권은 기획재정부 차관 등이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정부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국채를 정부에서 직매입하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당장 원화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 돈도 상품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떨어지게 돼 있다. 과잉 유동성은 늘 인플레이션을 부른다는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돈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 등 외국자본이 이탈할 우려도 크다. 결정적으로 한국은 기축통화국인 미국·일본과 달리 마구 돈을 찍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한은과 이주열 총재에 당부한다. 왜 한은이 국채를 정부에서 직접 인수하면 안 되는지 명쾌하게 설명하기 바란다. 여론전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기둥인 중앙은행이 당연히 해야 할 의무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손실보상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당정이 함께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4월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열린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러다 정치에 밀리기 일쑤다. 가만 있다간 같은 일이 되풀이될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