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확대·규제완화 등 총망라에도
"방향성 맞지만 근본 처방은 못돼"
용적률 확대, 주거환경 악화 우려
발표 앞두고 아파트값 고공행진 여전
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정부는 4일 서울과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을 대상으로 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정부가 4일 30만호 이상 규모의 '특단의 공급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동산시장에서는 발표 전부터 냉담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공급책과 함께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권한을 중앙정부가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방안 등 공급확대와 규제완화 등이 총망라되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임대 확대의 공공 주도 대책은 집값 안정화의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에선 "과거처럼 대책이 나오면 집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정책 역행 분위기도 팽배하다.
■전문가들 "근본 처방은 못될 것"
3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정부가 4일 발표할 도심권 공급대책에는 △전국 규모 주택공급 △도심 고밀개발 △신규택지 지정 △중앙정부의 정비사업 인허가권 한시적 행사 등이 망라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정 안팎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특단의 공급대책'을 주문한 만큼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30만호 이상의 물량을 마련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전국 규모 주택공급에 대해 정책의 방향성은 맞지만 근본처방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상승하며 공급물량을 늘린다는 점에선 나쁠 게 없다"면서도 "다만 집값 상승이 서울에서 시작돼 지방이 풍선효과로 오른 만큼 서울의 주택 불균형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도심 고밀개발을 위한 용적률 확대와 관련해서는 주거환경 악화에 대한 대책과 완급조절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밀개발에 따른 용적률 확대와 일조권, 조망권은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열악해지는 주거환경에 대한 대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은 오세훈 전 시장 때는 뉴타운 열풍이, 박원순 전 시장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펼치며 모든 걸 한번에 해결하려 했다"며 "용적률 규제를 풀더라도 한번에 많이 빨리 짓기보다는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가 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 등 공공 주도 정비사업의 빠른 공급을 위해 지자체 인허가권을 한시적으로 행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선이 강했다. 강화된 안전진단에 대한 완화 움직임 없이 임대주택 확대에만 매몰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재건축의 3대 걸림돌이 안전진단,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인데 이들에 대한 규제완화는 없다"며 "(정비사업은) 지자체가 해서 느린 게 아닌데 근본적인 진단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대책 앞두고 집값 과열 요지부동
대규모 공급대책을 앞두고도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온의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특단의 공급대책 구상이 나온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52%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1.51%, 12월 1.71%에 이어 석 달 연속 1% 넘게 올랐다.
서울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서울시장이 바뀌면 재건축 규제가 완화될 거란 기대감에 집값이 오르며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이번에 정부가 대책을 내놓는다지만 주민들은 기대에 못 미칠 게 뻔하다며 부정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개포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이 오르니 이번에도 또 집값이 오를 거라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차라리 시장에 흐름을 맡겨 놓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