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기아·애플 전기차 협상, 마냥 들뜰 일은 아니다

[fn사설] 기아·애플 전기차 협상, 마냥 들뜰 일은 아니다
올 1월 기아차가 이름을 기아로 바꾸로 새 로고를 공개했다. 기아가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애플 전기자동차(애플카)를 위탁생산하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른바 애플카 생산을 위한 현대·기아차와 애플 간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성사되면 애플카는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기아 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식 확인 전이지만 최근 기아 주가는 1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뛰었다. 시장이 기아·애플 제휴를 호재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애플카는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다. 전문가들은 이 차를 현대차보다는 기아가 맡을 공산이 큰 것으로 본다. 현대차는 자체 브랜드를 붙인 전기차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만약 애플카를 현대차가 위탁 생산하면 브랜드 전략에 혼선이 온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기아가 애플카 위탁 생산에 적당하다는 분석이다. 마침 지난달 기아는 회사 이름을 '기아'로 바꿨다. '차'를 뗀 것은 의미심장하다. 송호성 사장은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기아의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세계 정보기술(IT) 산업계의 맹주인 애플은 자동차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려왔다. 2014년 타이탄이란 암호명 아래 전기차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애플카는 이르면 2024~2025년께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입장에서 전기차는 신수종사업이다. 휴대폰 시장은 피처폰을 거쳐 스마트폰으로 진화했다. 현재 이 시장은 포화상태다. 반면 자동차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겨우 발걸음을 뗐을 뿐이다. 장차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더구나 세계 자동차 시장의 크기는 휴대폰 시장을 압도한다. 판매 시장만 놓고 보면 자동차가 연간 3000조원인 반면 휴대폰은 700조원에 그친다는 통계도 있다.

 자동차는 날이 갈수록 전자제품화하는 추세다. 애플은 특출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이폰을 전량 위탁생산한다. 애플이 주문하면 대만 폭스콘 등이 맞춤 생산한다. 부품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에서 조달한다. 애플카 역시 유사한 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 상대로 거론되는 업체 중 하나가 바로 기아다. 기아 입장에선 애플과 손잡는 걸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일정한 생산 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애플의 앞선 전기차 기술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애플과 상대할 때는 자칫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하지 않도록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이 반면교사다. 폭스콘은 자체 브랜드가 없다.
이렇게 되면 애플의 선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아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주요 업체 중 하나다. 애플카를 위탁 생산해도 자체 브랜드를 포기할 수 없다. 이런 점을 잘 따져서 협상을 매듭지어야 뒤탈이 없을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