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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비트코인 테슬라 효과, 디지털 화폐 날개 다나

전기차 구매 때 결제 허용
단발성 호재로 끝날 수도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9일 무섭게 올랐다. 테슬라 효과 덕이다. 세계 전기자동차 1위 테슬라는 8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비트코인을 15억달러어치 샀다고 말했다. 나아가 장차 테슬라를 구매할 때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20% 넘게 급등하며 5000만원을 넘어섰다.

테슬라의 결정 뒤에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비트코인을 추가하는가 하면 "진작에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때마다 비트코인이 들썩였다. 이번 결정은 한발 더 나아갔다. 아예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살 수 있게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암호화폐 가격은 껑충 올랐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일제히 시장에 돈을 풀면서 상대적으로 비트코인의 희소가치가 더 주목을 받은 덕이다. 테슬라의 결정은 이 같은 흐름에 부채질을 했다.

[fn사설] 비트코인 테슬라 효과, 디지털 화폐 날개 다나
비트코인 1년치 가격 추이(자료=코인데스크)

비트코인의 최대 약점 중 하나는 효용성이다. 일부 거래에서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하지만 범용성은 부족했다. 만약 테슬라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다면 디지털화폐는 훨훨 날개를 다는 격이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찬반 논란과는 별도로 테슬라의 결정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화폐가 일상 거래에 발을 내딛는 첫 사례가 될 수도 있어서다. 페이스북은 2019년 발표한 디지털화폐 '리브라'를 '디엠'으로 이름을 바꿔 추진 중이다. 심지어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CBDC, 곧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활성화에 열을 올린다. 중국 인민은행은 선전 등 일부 도시에서 법정 디지털화폐 시범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중국이 저만치 앞서가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화폐 패권을 둘러싼 G2 대결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은행도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

테슬라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들쭉날쭉 암호화폐 장세를 고려할 때 삼일천하로 끝날 수도 있다.
머스크가 트위터로 분위기를 띄운 뒤 비트코인을 매입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올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암호화폐의 생명력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디지털화폐가 현 법정화폐를 대체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어느 방향으로 전개되든 한은과 금융당국이 대응책을 세워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