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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플랫폼 규제법,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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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 자랄 땐 지켜봐야
상임위 교통정리도 안 돼

[fn사설] 플랫폼 규제법,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인가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두고 중복규제, 과잉규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에는 정무위와 과방위에 각각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사진=뉴스1
기업규제법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아갔다. 네이버, 카카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쿠팡 같은 기업들이 주도하는 플랫폼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게 목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곧 법안 심사에 시동을 걸 태세다.

그런데 뜻밖의 암초가 나타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이미 계류 중이다. 역시 제정안이다. 법률안 이름에서 보듯 두 법은 상당 부분 겹친다. 주관 정부 부처가 공정위냐 방송통신위원회냐, 주관 국회 상임위가 정무위냐 과방위냐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를 두고 플랫폼 업계에서 벌써부터 과잉, 중복 규제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는 본격 심사에 앞서 교통정리부터 하기 바란다.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와 방통위가 각각 '내 구역'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미 전혜숙 의원안에 대해 "공정거래법 등에 따라 이미 규율하고 있으므로 중복 규제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방통위는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 중개사업자가 전기통신(부가통신) 사업자이기 때문에 기존 전기통신사업법과 중복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서로 내 땅이라고 우기면 답이 없다. 먼저 민주당 정책위에서 영역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안 되면 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관할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법안의 방향성이다. 만에 하나 플랫폼법이 자칫 혁신을 저해하는 쪽으로 가선 곤란하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전혜숙 의원안에 대한 의견서에서 "포괄적인 규제로 인터넷산업 발전에 큰 장애요소로 우려된다"며 "규제기관이 사전에 개입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이라는 뜻을 밝혔다.

더 깊이 들어가면 플랫폼 규제법 제정의 타이밍에 대한 논란도 있다. 지금 플랫폼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 과연 국가 전략상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신산업이 쑥쑥 자랄 땐 잠시 지켜보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다. 정 못 마땅하면 기존 법률로 제동을 걸면 된다.
미국 정부는 구글, 페이스북을 상대로 기존 반독점법 카드를 내밀었다. 공정위도 배민과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의 결합에 자회사 매각(요기요)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을 내줬다. 바라건대 정부와 국회가 플랫폼법 제정에 조바심을 내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