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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기차 화재, 현대차·LG엔솔에 혁신 기회다

[fn사설] 전기차 화재, 현대차·LG엔솔에 혁신 기회다
지난 15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남문동에서 풍호동 방향 평발고개 내리막을 달리던 현대차 전기 시내버스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현대차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에 이어 이번에는 전기 시내버스 일렉시티에 불이 났다. 전기차가 도로주행 중 불이 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불이 난 전기버스 배터리는 코나에 쓰인 LG에너지솔루션 제품과 같다. 지금까지 코나 화재는 국내에서만 13차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는 전기차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며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배터리 화재는 전체가 다 타버려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 2019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당시 미흡한 관리와 배터리 셀 결함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사고를 놓고도 현대차와 LG엔솔 간 책임 공방이 나올 수 있다.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배터리 교체비용이 기업에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국토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리콜 대상과 규모를 정할 계획이다.

지금은 화재 원인을 놓고 내가 옳으니 네가 그르니 싸울 때가 아니다. 오히려 현대차와 LG엔솔이 공동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찾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현대차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LG엔솔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진정한 강자로 자리를 굳힐 수 있다.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이재용(삼성)-최태원(SK)-구광모(LG) 총수를 잇따라 만나 K 전기차-배터리 동맹을 주도했다. 이 팀워크가 제대로 가동하는지 이번에 시험대에 섰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휴대폰 화재사건은 위기관리 롤모델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신속한 전량 리콜과 환불로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 그 덕에 삼성 휴대폰은 프리미엄급 위상에 손상을 입지 않았다. 반면 독일 자동차회사 BMW는 2018년 잇단 주행중 화재사고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전기차 특히 버스는 언제든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배터리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아무리 뛰어난 혁신기술도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책임 소재를 놓고 얼굴을 붉힐 때가 아니다. 현대차와 LG엔솔이 손을 맞잡고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