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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김봉진도 통큰 기부, 벤처 1세대는 다르다

기빙플레지 한국인 첫 가입
조만간 김봉진재단 나오길

[fn사설] 김봉진도 통큰 기부, 벤처 1세대는 다르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18일 세계적인 기부클럽 더 기빙 플레지에 한국인으로는 처음 가입했다. 김 의장은 이날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왼쪽은 김 의장 부인 설보미씨. /사진=뉴스1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의장이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키로 했다. 세계적 기부클럽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18일 김 의장을 서약자로 공식 인정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회원 가입 요건이 자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인 만큼 기부액은 최소 55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는 기부금을 교육·문화예술 지원 등에 쓰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10년 전 배민 창업 당시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처럼 성공한다면 더 기빙 플레지 회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고 한다. 이날 그는 꿈을 이뤘다. 더 기빙 플레지는 2010년 8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자발적 사회 기부운동이다. 회원 대부분이 자수성가형 슈퍼리치들이다. 여기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IT업체 오라클 래리 앨리슨 회장 등 내로라하는 억만장자들이 즐비하다.

김봉진은 자본금 3000만원의 배민을 10년 만에 40억달러(약 4조4200억원) 값어치로 키웠다. 독일계 배달앱 딜리버리히어로(DH)는 지난해 배민의 성장성과 김 의장의 경영능력을 높이 사 배민을 인수했다. 김 의장은 DH와 배민 합작사인 '우아DH아시아' 이사회 의장을 맡아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참이다. 아시아 배달시장은 연 40% 이상 쑥쑥 자란다.

얼마 전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재산 절반 이상(약 5조원) 사회 환원을 약속했다. 김봉진과 김범수는 흙수저 출신이다. 일반 직장을 다니다 스타트업을 창업해 부와 명예를 이룬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들이다. 오로지 창의적 아이디어와 끈질긴 노력으로 한국 벤처신화를 이끈 1세대다. 이들에겐 부의 대물림을 뜻하는 이른바 부모찬스가 없었다. 이들의 기부는 체면치레만 하는 일부 기업 또는 기업인의 기부와는 결이 다르다. 회삿돈이 아니라 개인 재산이라는 점도 돋보인다.

김봉진은 2년 전 언론과 인터뷰에서 "기부 방법을 몰라 처음엔 제 취지에 맞게 돈을 써줄 재단을 세울 생각을 했는데 설립 요건과 절차가 무척 까다로웠다. 재산을 은닉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들려왔다.
그래서 바로 접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 팔을 비틀지만 말고 낡아빠진 공익법인 관련 법과 제도를 다듬기 바란다. 김봉진, 김범수와 같은 기업인들이 공동선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명실상부한 이익공유제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