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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백신 접종 앞두고 티격태격, 어떻게 이런 일이

민주당·의협, 감정적 충돌
26일 로드맵 차질 없어야

[fn사설] 백신 접종 앞두고 티격태격, 어떻게 이런 일이
오는 26일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일제히 시작된다. 지난 19일 오후 광주 북구 북구보건소에서 군·경찰·보건소 직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운송 훈련을 하며 전달받은 백신을 보관냉장고에 넣기 앞서 수량 등을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오는 26일부터 국내에서 처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대상은 전국 요양병원과 시설 입원·입소·종사자 중 만 65세 미만 36만여명이다. 당초 대상자 중 93.8%가 접종에 동의했다. 통상 독감백신 접종이 8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다. 화이자 백신은 27일부터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인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된다. 그러나 11월까지 국민 70% 이상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기에 볼썽사나운 모습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와 여권이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개정안은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게 골자다. 의협은 업무 이외 범죄로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의협은 백신접종 협조 거부와 전국 의사 총파업 등 전면투쟁을 예고했다. 그러자 우원식 민주당 의원 등은 "생명을 볼모로 제 식구 챙기기에 앞장선 최악의 집단 이기주의"라고 했다.

안 그래도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백신접종이 늦게 시작됐다. 국회는 하필 이 시기에 민감한 법안을 꼭 통과시켜야 했나. 의료계도 백신접종 협조 거부, 총파업 운운하면서 국민불안을 키워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작년 코로나19 사태 한복판에서 총파업 홍역을 치른 대가가 얼마나 컸는지 벌써 잊었나.

지난주 내내 하루 400~600명대 신규 확진자가 생기면서 여전히 3차 대유행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까딱하면 언제든 확진자가 다시 폭증할 가능성이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더 확산하기 전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백신접종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안전한 백신접종과 철저한 사후관리를 위해 역량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서로 얼굴을 붉혀서야 되겠는가.

국민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1차 접종대상 중 2만3000여명은 접종을 거부했다. 여기에는 백신 부작용을 걱정하거나 불안정한 백신정보 등으로 다른 백신을 맞거나 나중에 맞겠다는 사람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관련 자료가 부족해 추가 임상 결과가 나오는 3~4월로 접종을 미룬 상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근거 없는 백신 효능 논란도 국민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방역당국과 의료계, 정치권은 네탓 공방을 하기 전에 백신 효능 논란을 잠재우고 국민 집단면역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잃어버린 국민들의 일상을 찾게 해주려면 말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