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유럽, 백신 수출은 막고 미국에는 수출 보장 요구

[파이낸셜뉴스]
유럽, 백신 수출은 막고 미국에는 수출 보장 요구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놓고 각국의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싸고 유럽·호주·미국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를 둘러싸고 유럽이 이율배반적인 행동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역내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 수출을 통제하는 한편 미국에 백신 공급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율배반적이지만 백신 확보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백신 공급이 예정보다 규모가 줄면서 수출 통제, 수입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EU는 미국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백만회분의 대유럽 수출 허가를 촉구하고 나섰다.

EU 관계자들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미국과 EU간 코로나19 대응 협력 강화를 위한 논의에 이 문제를 포함시킬 계획이다.

또 EU는 유럽내 코로나19백신 생산을 위한 핵심원료가 미국에서 자유롭게 수출될 수 있도록 조 바이든 행정부에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EU는 그러나 역내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은 수출을 통제할 방침이다.

뉴질랜드타임스에 따르면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도 백신 해외 수출 금지 대열에 동참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주 돌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호주 수출을 막았다.

백신 이기주의를 상징하면서 비판을 받고 있지만 EU는 아랑곳 않는 분위기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장관은 이탈리아가 수출 통제에 나선 이튿날인 5일 CNN 계열사인 BFM과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의 대응을 이해한다"면서 "우리도 같은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베랑 장관은 "현재 이탈리아와 긴밀히 논의중"이라면서 "아울러 다른 유럽 회원국들과도 이 문제(백신 수출 통제)와 관련해 공동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는 원활한 백신 수출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호주 등으로는 수출을 통제하는 EU의 이율배반적 행위는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그만큼 시급해졌다는 절박감을 방증한다.

아스트라제네카가 EU내 생산 차질을 이유로 1·4분기 백신 EU 공급 약속을 제대로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면서 EU가 체면을 모두 집어던진 것이다. 백신 공급 규모는 당초 1억회분에서 4000만회분으로 60% 감소한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EU내 생산 차질이 지속되고 있어 2·4분기 중에도 EU에 공급하는 백신 절반은 해외에서 조달하겠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다급해진 EU는 5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우즈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간 코로나19 협력 강화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으로부터 백신 수출 확약을 받아내겠다는 뜻을 굳히고 있다.

티에리 브루통 EU 교역담당 집행위원은 백신 공급망 문제와 관련해 제프리 진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책임자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게 됐다.

EU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대서양 양안간 협력이 강화되는 분위기여서 코로나19 백신 수출에도 미국의 협조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당초 3월말까지 최소 1억회분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EU내 생산차질로 인해 그 규모를 4000만회로 대폭 감축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대로 공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문제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EU내 생산차질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4분기 공급도 제대로 이뤄질지 알 수 없다.

아스트라제네카는 EU에 공급키로 한 9000만회분 백신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EU 역외에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어디에서 이를 조달할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미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EU에 수출하는 것을 허가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미국은 미국내 공급을 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았고, 아스트라제네카에도 3억회분을 주문한 상태이지만 미 식품의약국(FDA)이 아직 긴급사용승인을 내주지 않아 상황이 유동적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