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네티스트 김한 / 크레디아 제공
피아노나 현악기에 비하면 관악기는 비교적 덜 주목받는 분야다. 10여년 전 앳된 얼굴로 클라리넷을 연주하던 김한(25)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연주자가 됐다. 그는 지난 2016년 자크 랑슬로 국제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 1등상과 청중상을 받은 이후 2018년 하반기부터 핀란드방송교향악단에 입단,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 여파로 연주 일정 대부분이 취소되면서 그 역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르다. 김한은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되면서 국내 관객들에게 4차례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이와함께 1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잉글리시맨 인 뉴욕'이라는 주제로 피아니스트 원재연(33)과 함께하는 듀오 공연도 앞두고 있다. 이번 공연은 김한 스스로 구성한 무대로 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자전적 이야기가 담겼다.
김한은 "2019년 ARD 콩쿠르에서 준우승하면서 많은 연주가 예정돼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모두 취소돼 아쉬웠다"며 "하지만 올해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제 음악을 관객들과 나눌 수 있게 돼 큰 행운인 것 같다"고 입을 뗐다. 이어 "이번에 롯데콘서트홀이라는 큰 무대를 저의 소리로 채우는 기회가 생겼는데 제가 어렸을 때 영국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 다른 친구들이 취미로도 연주했던 영국 곡들, 또 제가 꼭 연주해보고 싶었던 미국 작곡가의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클래식에서부터 재즈, 팝까지 다양한 장르가 연주되는 이번 공연에는 특히 미니멀리즘 음악의 선구자인 현대음악가 스티브 라이히(85)의 곡도 포함됐다고 김한은 귀띔했다.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사진=크레디아
김한은 "클라리넷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검은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현악기나 피아노만큼 대중적인 악기는 아니지만 다채로움을 갖고 있다는 것이 클라리넷의 매력이다. 모든 색채를 담고 있는 검은색처럼 클래식, 재즈, 민속음악 등 어떤 장르에도 마치 그 음악을 위해 만들어진 악기처럼 소리를 낼 수 있는, 이질감이 없는 악기"라고 설명했다.
김한은 "요즘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관객 한분 한분이 연주자들에게는 정말 소중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며 "낯선 작곡가들의 곡들이 많지만 귀에 익은 듯 재미있는 곡들로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니 공연장에 직접 오셔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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