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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전 잃은 의붓언니, 엄마가 기억할때 찾았으면" [잃어버린 가족찾기]

내발산 ‘사랑의집’ 맡겨진 강미정씨
1년뒤 행방 묘연… 당시 장성미로 불려

"44년전 잃은 의붓언니, 엄마가 기억할때 찾았으면" [잃어버린 가족찾기]
강미정씨(47·당시 3세)는 서울 내발산동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 맡겨졌다가 가족과 헤어졌다. 시설에 맡겨질 당시에는 줄무늬 티셔츠, 멜빵바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실종아동전문센터 제공
"엄마가 언니를 기억하고 있을 때 찾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에요."

박해란씨(43)는 의붓언니를 어머니 황의숙씨(69)가 간절히 찾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어머니가 뇌출혈로 거동이 불편하지만, 44년 전 헤어진 딸에 대한 기억만은 아직도 뚜렷하다"고 말했다.

8일 경찰청과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에 따르면 강미정씨(47·당시 3세)는 서울 내발산동에 있는 장애인시설에 맡겨졌다가 가족과 헤어졌다.

황씨는 20대 초반 경남 남해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이곳에서 딸 미정양을 낳았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평탄하지 않았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황씨는 서울에서 일을 하며 홀로 딸을 키웠다.

그러던 중 강씨 친부가 찾아와 이혼을 요구하며 딸을 데려갔다. 딸이 보고 싶은 마음에 몇 달 뒤 시댁으로 찾아간 황씨는 인근 개울에서 딸 강씨를 발견했다. 처참한 모습에 황씨는 바로 딸을 서울로 데리고 왔다.

하지만 삶과 육아를 함께 하기는 힘든 일이었다. 황씨는 1년 뒤 딸을 다시 데려갈 마음으로 서울 내발산동에 있는 '사랑의집'이라는 시설에 강씨를 맡겼다. 강씨는 사랑의집에 맡겨진 뒤 '장성미'라는 이름으로 불린 것으로 황씨는 기억한다.

이후 두 차례 사랑의집을 찾았던 황씨는 1년 뒤 다시 시설을 방문했으나, 그곳에 딸아이는 없었다. 딸아이를 키워주겠다던 장모 목사는 아내만 남긴 채 행방이 묘연했고, 시설에서는 '강씨가 퇴소해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딸을 잃은 황망함도 잠시, 황씨는 새 남편도 일찍 세상을 뜨자 생계에 전념하느라 딸을 찾아 나서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2012년 TV에서 장 목사의 아동학대와 부정수급 등 실상이 공개됐다. 충격을 받은 황씨는 그해 쓰러졌다.

박씨는 "어머니 대신 의붓언니를 찾기 위해 나서고 있다"며 "(어머니는) 사랑의집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잠시 맡겼던 건데, 죄책감이 크다"고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