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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속 빛난 음악의 힘…노래와 연주로 서로를 치유하다 [Guideposts]

코로나로 멈춰버린 도시에
희망을 전한 예술가들의 이야기
부부의 노래연습을 들은 이웃의 제안
"우릴 위해 집앞에서 콘서트 열어줘요"
재즈의 도시 뉴욕 돌며 '자동차 공연'
"봉쇄된 사람들 우리 연주에 눈물흘려"
고등학생들의 '랜선합주' 페북서 화제
"상황이 어떻든 우리는 함께할수 있어"
온라인으로 합쳐진 1300여명의 찬송
성가대마저 멈춘 교회 예배에 '단비'

팬데믹속 빛난 음악의 힘…노래와 연주로 서로를 치유하다 [Guideposts]
루터교 음악가협회는 팬데믹으로 대면 예배가 불가능해지자 회원들이 집에서 연주한 녹음본을 하나로 합쳐 웅장한 찬송가를 완성했다.
팬데믹속 빛난 음악의 힘…노래와 연주로 서로를 치유하다 [Guideposts]
공연예술감독 올가 모르코바와 타악기 연주자 댄 컬퍼스트가 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팬데믹속 빛난 음악의 힘…노래와 연주로 서로를 치유하다 [Guideposts]
오페라 가수 부부인 드미트리 피타스와 레아 에드워즈가 야외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팬데믹속 빛난 음악의 힘…노래와 연주로 서로를 치유하다 [Guideposts]
텍사스주 로마에 있는 '마리아치 누에보 산탄데르' 합주단 멤버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연을 할 수 없게 되자 각자의 집에서 연주하는 장면을 페이스북에 올려 1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1년 전이던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거의 전국을 봉쇄했다. 사람들은 집으로 피신했고 사업체는 문을 닫았으며 교회는 예배를 중단했다.

모든 곳에서 음악이 멈췄다. 예술가들은 생계를 걱정했다. 신실한 이들은 언제 다시 함께 노래할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즐기며 기뻐하려는 우리 인간의 욕구를 억누르려면 팬데믹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가수, 작곡가, 합창단, 악기 연주자는 공동체에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선물인 음악을 전할 창조적인 방법을 고안해냈다.

■집앞에서 야외공연 펼친 드미트리 피타스 부부

오페라 가수 부부인 드미트리 피타스와 레아 에드워즈는 꼼짝없이 집에 매여 있었다. 공연 예약이 취소됐다.

"모든 것에서 물러나서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편이 쉬웠을 수도 있죠." 드미트리가 말했다.

하지만 무언가 때문에 부부는 연습과 아리아 및 오페라 장면을 노래하는 일을 계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봉쇄는 암울했지만 둘은 어쨌거나 노래했다. 어느 날, 부부의 연습을 우연히 듣는 게 즐거웠다고 한 이웃이 말해주었다. 드미트리와 레아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야외에서 미니콘서트를 열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부부가 현관에서 노래하는 동안 피아니스트 친구가 진입로에서 연주했다. 이웃들은 각자의 마당에서 귀를 기울였다.

"한 번만 하고 끝낼 거였어요. 그런데 이웃들이 그다음 주에 또 해줄 수 있겠냐고 묻더라고요."

곧 부부는 매주 찰스턴 전역에서 노래했다. 훨씬 더 많은 이에게 야외 오페라와 뮤지컬 작품을 라이브로 전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홀리 시티 아츠 앤 리릭 오페라(HALO)'도 시작했다. 부부는 자신들의 콘서트 시리즈를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노래하기'라고 불렀다.

호평이 쏟아졌다. 한 여성은 콘서트 덕분에 그날 하루뿐만 아니라 한 달 전체가 달라졌다고 했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카타르시스였어요. 우리 같은 공연자만 그런 게 아니라 청중도 마찬가지였죠. 지금 다들 엄청난 감정을 느끼는데 표출할 방법이 없잖아요. 음악이 그걸 표현하게 했죠."

■차 안에서 콘서트 연 모르코바와 컬퍼스트

뉴욕시는 팬데믹 1차 유행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았다. 거리는 텅 비었고 사이렌이 울렸다. 병원에는 사람이 넘쳤고 관광객이 사라졌으며 브로드웨이는 암흑천지가 됐다. 공연 예술감독 올가 모르코바와 작곡가이자 드러머이며 타악기 연주자인 댄 컬퍼스트는 도시의 불빛이 완전히 어둑해지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람은 즉석 야외 재즈콘서트를 위해 색소폰, 튜바, 드럼, 여타 악기를 연주하는 친구들과 동료들을 모았다.

"긍정적인 음악에 초점을 맞췄어요. 다들 그저 기분이 좋아지는 법을 원한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댄의 이야기였다.

안전을 기하기 위해 음악가들은 차에서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거나 트렁크에 앉아서 연주했고, 그렇게 '차에서 온 콘서트(Concerts From Cars)'가 탄생했다.

"뉴욕은 음악 도시예요. 보통 같은 날 밤 수백개의 콘서트가 열리죠. 초기에 우리는 뉴욕의 야외에서 함께 연주하는 음악가 몇 명에 불과했죠."

사람들이 요청을 보냈다. 한 여성은 퀸스에서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집에 갇힌 언니를 위해 와서 연주해달라고 부탁했다.

"우리가 연주하자 그 사람은 밖으로 나와 안도의 눈물을 흘렸어요."

사람들은 창가나 현관 계단에서 구경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차로 장소마다 음악가들을 따라다니기도 했다. 다른 음악인들도 밖으로 나와 함께 어울렸다. "뉴욕에서 직업음악인이 되면 권태에 빠지기도 해요. 이번 경험 덕분에 우리가 왜 맨 처음 음악과 사랑에 빠졌는지 기억하게 됐죠."

■페이스북에 공연 영상 공유한 마리아치 밴드

팬데믹으로 학교가 문을 닫자 학생 음악가들도 밴드, 오케스트라, 합창단과 멀어졌다. 엘로이 가르자는 로마고등학교의 음악감독으로, 이 학교에는 전국에서 가장 독특한 학생 밴드가 있다. 바로 '마리아치 누에보 산탄데르'라는 합주단이다. 마리아치는 멕시코 전통음악 장르로서 기타, 바이올린, 트럼펫으로 구성되며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대대로 마리아치 음악은 로마를 비롯한 국경지대 전역에서 자동차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거나 가족 및 공동체 축하행사에서 반주로 연주됐다.

"1년 내내 대회 시즌이 취소됐죠." 계속해서 연주할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 '학생 다수가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고 했다.

엘로이는 각 학생이 집에서 스스로 연주를 녹음하도록 독려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연주를 결합해서 가상 마리아치 밴드를 창조했다.

"전에는 이런 걸 해본 적이 없어요. 그저 한번 해보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죠."

완성작은 단순한 학교과제 이상이었다. "작품을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온 동네와 교사, 학생들에게 이걸 같이할 수 있다고 격려하고 싶었거든요."

엘로이는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렸다. 2주 이내에 조회수가 100만을 넘었다. 전 세계인이 영상을 공유하고 밴드를 격려하는 의견을 남겼다. 영감을 얻은 다른 학교와 전문 마리아치 밴드들까지 학생들에게 어떻게 했는지 묻고 그들만의 동영상을 만들었다. 엘로이는 세계적인 반응에 "감격했다"고 했다. 훨씬 더 좋은 점은 동영상이 학생들에게 자극을 준 것이다. "덕분에 우리 학생들이 낙담하지 않았어요. 상황이 어떻든 간에 여전히 함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온라인 방식으로 찬송한 루터교 음악가협회

교회 음악가 입장에서 팬데믹은 소명의 핵심에 일격을 가한 것이었다. 여럿이 노래하는 일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주된 위험요인으로 규정되었으며 교회 대면예배가 중단되고 오르간과 성가대는 침묵에 빠졌다.

35년을 맞이한 루터교 음악가협회(ALCM)는 침묵하고 있기를 거부했다. ALCM은 성공회가 부활절을 맞아 찬송가 '싸움은 모두 끝나고'를 온라인으로 연출하려고 전 세계에서 600명 이상을 불러들인 데서 영감을 얻어 전 회원 1700명에게 오순절을 위해 비슷한 연주에 힘을 보태달라고 청했다.

목표는 참석자 400명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가수 960명과 악기연주자 364명이 신청했다. 성공회 찬송가 작업을 했던 제작사 '인사이드 뮤직 내슈빌'의 도움으로 전국 루터교 합창단 소속 예술감독과 가수 8명이 찬송가 '은혜가 가득한 날'의 온라인 가이드 트랙을 녹음했다. 이 녹음본을 가이드로 이용한 전국 각지의 음악가들이 개개의 녹음물을 만들어서 제출했다. 이렇게 받은 녹음물 1324개를 하나로 합쳤더니 웅장한 전국 단위의 합창단 같은 소리가 났다.

찬송은 온라인으로 스트리밍됐으며, 이를 오순절 예배에 넣고 싶어하는 모든 루터교회에 배포했다. 아주 작고 기술이 능숙하지 않은 교회조차도 "예배에 음악을 담을 방법을 찾았다"고 ALCM의 상임이사 짐 린델롭이 말했다.

"모든 예배에 음악이 전혀 없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음악은 예배에 치유라는 요소를 더해줍니다. 기쁨을 전하고 분노, 공포, 의심 같은 감정을 다스리게 함으로써 우리가 희망과 믿음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게 해주죠."

'가이드포스트(Guideposts)'는 1945년 노먼 빈센트 필 박사에 의해 미국에서 창간된 교양잡지로, 한국판은 1965년 국내 최초 영한대역 잡지로 발간되어 현재까지 오랜 시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가이드포스트는 실패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 어려움 속에서 꿈을 키워가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의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감동의 이야기를 많은 분들의 후원을 통해 군부대, 경찰, 교정시설, 복지시설, 대안학교 등 각계의 소외된 계층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을 통해 더 많은 이웃에게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글·사진=가이드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