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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부진 고민깊은 친문, 윤석열 돌풍 부담되는 야권

셈법 복잡해진 대권 가도
친문진영 ‘제3 후보’ 선회 가능성
이재명 "尹 구태정치 말길" 견제
정세균·임종석 등도 등판론 꾸준
국민의힘, 윤석열에 기대 크지만
제1 야당 존재감 흐려질까 걱정

이낙연 부진 고민깊은 친문, 윤석열 돌풍 부담되는 야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사진=뉴시스
이낙연 부진 고민깊은 친문, 윤석열 돌풍 부담되는 야권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뉴시스
총장직에서 물러난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등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레이스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여야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보수·중도층 지지를 받는 범야권 후보로서 입지를 확인한 여권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서는 한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간 세 확보 경쟁도 불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대표적 '비문'(비문재인) 인사인 이 지사 대신 이 전 대표에 힘을 실어주며 진보진영 세 결집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제3의 후보군'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며 여권의 양강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당 '대표 선수'가 없던 국민의힘은 범야권 유력 대권주자의 등장을 반기면서도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 대신 제3지대 세력화를 모색할 경우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 상실은 물론 당 존폐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여야 후보군 중 지지율 1위로 집계된 가운데 이날 엠브레인퍼블릭이 뉴스 1 의뢰로 실시한 7~8일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19.3%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내에서 이재명 지사(23.0%)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정계 입문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윤 전 총장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여권에선 총장직 사퇴 직후의 '반짝 효과'라고 평가절하하는 등 잇단 견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야 대권주자들끼리의 물밑 신경전도 점차 수면 위로 표출되는 모양새다.

이날 당 대표에서 물러난 이낙연 전 대표의 마지막 일정인 당무위원회 참석 차 국회를 찾은 이재명 지사도 그동안 윤 전 총장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비교적 자제했던 것 달리 "구태정치를 하지 말고 미래지향적 정치를 해주시면 우리 국민들과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은근한 견제구를 던졌다. 그러면서도 여권 내 대권 경쟁자인 이 전 대표에 대해서는 "어려운 시기에 큰 성과를 내셨고 당을 안정적으로 잘 이끌어오셔서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박수 쳐 드리러 일부러 왔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가 이 전 대표와의 '원팀' 기조를 강조했지만 윤 전 총장의 급부상, 이 전 대표의 당 대표 사퇴 등이 두 사람의 주도권 싸움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모두 경선 승리를 위해 친문 진영에 구애를 보내는 가운데 '반문' 결집에 대항해 친문 진영이 이 대표에 힘을 보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인영 통일부장관·김두관 의원 등 여권 잠룡들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호남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검찰총장으로서 현 정부와의 갈등으로 유례없는 사퇴를 한 만큼 현 지지율은 인기투표 성격이 짙다"면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외 다른 여권의 대권주자들이 전면에 나서는 과정을 거치며 당내 대권 지형도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권 유력 대권주자들에 맞설 눈에 띄는 야권 잠룡들이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일단 범야권 후보로서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그러나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대통령 후보마저도 윤 전 총장으로 굳어질 경우 제1야당의 존재감이 급격히 희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