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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그린 버블

[fn스트리트] 그린 버블
최근 미국 텍사스에서 한파로 인해 풍력발전이 중단되면서 신재생에너지 투자 관련 '그린 버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풍력 발전용 터빈 뒤로 해가 떠오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계 증시에서 '그린 버블' 논란이 확산 중이다. 지난해 친환경·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을 때부터 고개를 든 거품론이다. 소위 '녹색주'들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 주가가 빠지면서 우려는 더 커진 형국이다.

지난 한 해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기업에 막대한 자금이 몰렸다. 펀드정보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ESG 투자에 모인 글로벌 펀드 운용액은 지난해 3500억달러로 재작년의 2배를 넘어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수조달러 친환경 투자를 약속하고, 주요국들이 잇따른 탄소중립 선언으로 그런 추세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기대감을 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녹색 거품' 불안감도 커졌다. 1995년부터 2000년대 초에 걸친 '닷컴 버블'의 악몽을 떠올리면서다. 덴마크의 세계 1위 해상풍력 개발사인 오스테드는 몇 년간 주가가 상승세였다. 하지만 풍력이 시설량에 비해 발전량은 신통치 않자 실적이 부진하다는 소식이다. 이에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의 파트리크 푸야네 최고경영자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자산은 '미친 듯이' 과대평가됐다. 그야말로 거품이다"라고 했다. 며칠 전 파이낸셜타임스(FT)와 회견을 통해서다.

최근 미국 텍사스 정전 사태도 재생에너지원에 대한 부정 평가의 기폭제였다. 혹한으로 풍력발전소가 무용지물이 되자 날씨에 좌우되는 한계가 부각됐다. 유사 사태는 지난여름 미국 서부에서도 벌어졌다. 태양광발전소가 이상기후로 제 구실을 못하면서다.


그럼에도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탈탄소화는 1980년대 인터넷에 버금가는 거대한 전환"(판아고라자산운용 마이크 첸 이사)이라면서 올해 실적이 저조하더라도 친환경 투자에 대한 베팅은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물론 대전제는 긴 안목의 신중한 투자다. 해상풍력 등의 진흥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정부뿐 아니라 이른바 '동학개미'나 '서학개미'들도 귀담아들어야 할 조언일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