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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동산 완패 인정하고 판 다시 짜야

신도시 투기 의혹에 공분
어떤 대책도 설득력 잃어

[fn사설] 부동산 완패 인정하고 판 다시 짜야
9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경찰은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직원 13명에 대해서는 출국 금지 조치하고, 이들의 자택 등도 압수수색하고 있다./사진=뉴스1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이 '완패'의 기로에 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경기도 광명·시흥의 3기 신도시 부지에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은 일파만파다. 일각에선 3기 신도시 지정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정부는 2·4 후속책으로 지난달 24일 광명·시흥에 총 7만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을 내놨다. 신임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회심작이란 평가가 나왔다. 서울 바로 옆이라 수도권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이 모든 계획이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한 방에 무너질 판이다.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가 이끄는 경찰 수사팀은 9일 경남 진주의 LH 본사, 경기도 과천의 LH과천의왕사업본부, 인천의 LH광명시흥사업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투기 의혹을 받는 직원 13명의 자택도 뒤졌다. 국수본으로선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첫 작품이다.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제대로 못하면 "역시 검찰만 못하다"는 소릴 들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민주당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정세균 총리는 9일 "충격적인 소식에 실망감과 배신감마저 느꼈을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투기에 가담한 자는 끝까지 수사해서 강력한 처벌로 응징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3기 신도시 지정을 취소하자는 주장에 대해 "정부·여당 차원에서 검토한 것은 없지만 심각하다면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 투기 의혹은 대형 악재다. 문재인정부가 펴온 부동산 정책 기반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국토부 신년 업무보고에서는 "2·4 대책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과 전월세 가격을 조속히 안정시키는 데 부처의 명운을 걸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런데 투기가 다름 아닌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실이라면 이제 국민들은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 대도 믿지 않게 생겼다.

그러잖아도 부동산 정책은 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25번에 걸친 줄줄이 대책은 패착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여름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 청구권제는 압권이었다. 결국 장관이 바뀌고 변창흠이 LH 사장에서 장관으로 이동했지만 투기 의혹이 터지고 말았다.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부동산 정책 전환은 불가피해 보인다. 강제로 부동산 시장을 옭아매는 정책은 수명을 다했다. 효과는커녕 잔뜩 부작용만 키운다.
2·4 대책과 그에 따른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도 결국은 잦은 실책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터져나온 부산물이다. 대책-땜질-대책-땜질의 악순환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제 문 정부가 부동산 완패를 인정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