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성일만 기자】 2학년 심준석(17·덕수고)이 7이닝 10K로 먼저 포문을 열었다. 다음날 3학년 박영현(18·유신고)이 1이닝 4K 진기록으로 화답했다. 이에 뒤질새라 올 서울 지역 드래프트 1위 후보 이병헌(18·서울고)이 1이닝 3K로 마무리를 지었다.
덕수고 심준석
세 명의 투수 합계 9이닝 17K. 한국 야구의 미래를 밝힐 세 투수가 펼친 탈삼진 퍼레이드 결과다.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8회 전국명문고야구열전(파이낸셜뉴스·부산파이낸셜뉴스 공동주최)에서 고교야구 최고 수준의 탈삼진 향연이 펼쳐졌다.
10일 대회 첫날 심준석이 지난 대회 우승팀 경남고 타자들을 상대로 최고 154㎞ 강속구를 선보였다. 1회 초부터 경남고 세 타자를 가볍게 K, K, K 처리했다. 1, 2, 3번 타자를 맞아 던진 공은 모두 12개 뿐.
지난 대회서 컨트롤 불안으로 고전했던 심준석은 4개월 만에 일취월장한 모습을 과시했다. 첫 타자를 상대로는 볼카운트 2-1로 불리한 출발을 보였지만 나머지 두 타자에게는 3구 삼진, 1-2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세 명의 타자를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운 점도 돋보였다. 빠른 공을 던질 것을 예측하고도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그만큼 직구의 위력이 뛰어났다. 연속해서 150㎞대 강속구를 던졌고, 가장 빠른 공은 154㎞를 찍었다.
심준석은 2회 1사 후 5번 이정후에게 안타를 허용했으나 다음 타자를 2루 땅볼 병살타로 처리하는 경기운영 능력을 과시했다. 2회 중단된 삼진쇼는 3회 재가동됐다. 8번 류한서를 맞아 볼카운트 2-2에서 강속구로 타자의 배트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4회를 건너뛴 심준석은 5회부터 3이닝 동안 잇달아 2명의 타자들을 삼진으로 솎아냈다. 5회에는 4, 5번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6회와 7회에는 각각 징검다리 삼진으로 2K를 기록했다. 심준석은 7회 마지막 타자 이정후를 볼카운트 1-2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유도했다.
서울고 이병헌
2일째 경기서 유신고 박영현은 경기고 강타선을 맞아 1이닝 4K의 탈삼진 능력을 과시했다. 6-2로 앞선 9회 말 등판한 박영현은 네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첫 타자 3번 전계면을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진루시켰다.
볼카운트 1-2에서 헛스윙한 공을 포수 박지혁이 뒤로 빠트려 타자 주자를 1루로 내보냈다. 최고 140㎞ 중반의 빠른 공과 커브, 슬라이더로 무장한 박영현은 가벼운 부상으로 2개월간의 재활을 거쳐 충분한 연습량을 가지지 못한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고 2, 3, 4, 5번 타자를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단 한 타자에게도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지 않고 두 차례 헛스윙, 두 차례 스탠딩 삼진을 이끌어냈다. 마지막 타자 한성민을 헛스윙으로 유도하는 순간 경기 마무리와 함께 1이닝 4K 진기록이 세워졌다.
마지막 대미는 서울고 이병헌이 장식했다. 6회까지 1-1의 팽팽한 승부를 이어간 서울고와 북일고 경기의 마무리는 서울고 에이스 이병헌의 몫이었다. 앞선 두 타자와 달리 좌완인 이병헌은 북일고 4, 5, 6번에 잇달아 삼진쇼를 펼쳤다.
유신고 박영현 / 사진-박범준 기자
압권은 선두타자이자 이만수 홈런상에 빛나는 북일고 4번 박찬혁과의 대결.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으로 솎아냈다. 이어 5번 이산, 6번 김태윤을 모두 헛스윙으로 유도했다. 서울고를 대회 준결승으로 이끄는 탈삼진이기도 했다.
세 명의 투수를 지켜본 주성노 전 넥센(현 키움) 스카우트 이사는 “고교야구에 정통파 강속구 트리오가 탄생했다. 이병헌과 박영현은 완성형 투수들이고, 심준석은 장래가 더 밝은 투수다.
이들의 탈삼진 능력을 지켜보는 것은 이번 대회를 관전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덕수고와 서울고는 4강에 올라 이번 대회서 이들의 투구를 더 감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유신고는 12일 우천으로 인한 추첨 결과 전주고에 패해 탈락, 박영현의 투구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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