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소득기준 80만원' 논란
비과세 소득·경비 등 제외하면
매달 100만원 이상 벌어야 돼
사각지대 남아 '말로만' 전국민
올해 적자만 8조 넘어선 상황
"기금 성격에 맞춰 조정해야"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을 두고 갑론을박이 거세다. 최소 소득 기준이 80만원을 넘어야 특수고용직(특고)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이렇게 기준을 두면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 '무늬만'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코로나19 영향 등과 함께 오히려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가 더 커지는 상황에서 고용보험 확대가 맞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두 목소리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는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월수입 사실상 100만원↑…12개월 이상 소득 힘든 경우 많아
28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의 일환으로 오는 7월부터 택배기사와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나 방과후 교사 등 특고 종사자들에게도 고용보험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노무제공 계약에 따른 월 보수가 80만원 미만이면 고용보험 적용에서 제외된다. 비과세 소득과 경비 등을 제외해 실제로는 월 100만원가량 수입이 있어야 자격이 주어진다.
최소 소득 기준 80만원은 임금근로자와의 형평성에 맞춰 '노동시장에 얼마나 결합돼 있는지'를 기준으로 정했다. 고용부가 본 기준은 주 15시간 근로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월소득 80만원이다.
그러나 최소기준을 정해놓게 되면 이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근로자들은 이번에도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이 모든 분들을 커버할 수 없다"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분들은 실업급여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특고나 프리랜서 등은 월 80만원 이상 소득이 일정하게 나오지 않아 고용보험 가입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 구직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직전 24개월 중 12개월 이상 꾸준히 80만원 이상 월급을 받아야 하는데, 몇 개월 일하는 대가로 한번에 많은 돈을 받거나 계약기간이 짧은 일자리 같은 경우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일용근로자 등도 한 달 실수령액 100만원 이상 금액을 24개월 중 12개월 넘게 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아예 이 같은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이 낮더라도 가입자의 수급권이 확보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자격이 아닌 소득 중심으로 간다고 하고서, 여전히 저소득이라 가입이 안 된다는 것은 사각지대에 그대로 있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 고갈 우려도 커지는데…"이대로 괜찮나"
반면 이렇게 가입 대상을 확대해 버리면 이미 적자로 돌아선 고용보험기금의 고갈 우려가 더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올해만 고용보험기금 적자가 8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실제로 고용보험기금은 2017년 말 10조1000억원(실지급액 5조248억원), 2018년 말 9조4000억원(6조4549억원), 2019년 말 7조8000억원(8조917억원)으로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결국 부담은 고용보험료율 인상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최근 올해 상반기 중으로 고용보험기금 고갈 방지와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해 8월 중기적으로 고용보험료율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출이 많아져 기금 고갈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며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반전이 될 수 있고, 새로운 수요자가 포함되면 적정시점에 성과평가를 거쳐 기금 성격에 맞도록 조정을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다음달 28일까지 입법예고된다. 의견수렴 등을 거쳐 오는 6월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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