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패밀리오피스'인 헤지펀드 아케고스 캐피털매니지먼트 사무소가 들어서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뉴욕 맨해튼 7번가 888번지의 대형 빌딩. 사진=로이터뉴스1
한국계 헤지펀드 매니저 빌황의 아케고스 캐피털매니지먼트가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노무라, 크레딧스위스(CS)부터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등 월스트리트 주요 금융사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의 레이더 아래에서 움직이던 이른바 '패밀리 오피스'의 엄청난 영향력이 확인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월 31일(이하 현지시간) 소수의 패밀리 오피스가 엄청난 운용자산을 주무르면서 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음이 입증됨에 따라 이들에 대한 규제 역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해 UBS 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이나 일가의 자산을 관리하는 이들 패밀리 오피스는 규모가 엄청나다. 불과 121개 패밀리 오피스가 1424억달러를 주무른다.
69%는 2000년 이후 생겨났다.
덩치가 커짐에 따라 일부 패밀리 오피스는 가장 공격적인 헤지펀드들이 수십년전에 써먹었던 위험한 투자전략도 서슴지 않고 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전통적인 패밀리 오피스들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과감한 전략은 그러나 지난주 아케고스와 아케고스 프라임 브로커 은행들이 300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주식 포지션을 급매 처분토록 만들었다.
아케고스는 빌황 일가의 100억달러 재산을 관리하는 패밀리 오피스다.
코네티컷주 그린위치에 있는 패밀리오피스 컨설팅업체 서커스 그룹의 조셉 라일리 이사는 "이같은 일이 이전에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터질 것이 터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점점 더 많은 패밀리오피스들이 위험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이나 설립자들이 패밀리오피스를 스스로 세우거나 그 곳에서 일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전략이 그대로 패밀리오피스에도 적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의 전설인 조지 소로스를 비롯해 존 폴슨, 존 아널드 등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모두 헤지펀드를 접고 패밀리오피스를 차렸다. 또 한 번 베팅으로 대박을 터트려 일확천금을 거머 쥔 기업가들이나 기업소유주들 역시 자신의 막대한 재산을 관리해줄 패밀리오피스 설립에 열을 내고 있다.
이번에 대형 사고를 낸 황 역시 헤지펀드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패밀리오피스들이 위험 투자에 나선 가운데 은행들도 패밀리오피스에 헤지펀드에 제공하던 다양한 금융상품을 팔고 있다. 비상장 주식이나 기타 투자상품에 대한 자문 서비스도 포함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복잡한 파생상품도 패밀리오피스에 판매하는 금융상품 가운데 하나다. 아케고스에 판매한 스와프 계약 가운데 바이애콤CBS, 디스커버리 주가가 갑자기 급락하면서 대형 사고를 쳤다.
패밀리오피스가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줄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미 당국도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CNBC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이날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회의를 주재하고 이 자리에서 헤지펀드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FSOC는 회의 뒤 공개한 요약록에서 아케고스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헤지펀드 활동과 연관된 시장 상황을 논의했다"면서 헤지펀드 감독 기능을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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