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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타다 같은 사회적 갈등, 법조계 경제분석이 해법 될수도"

산업 혁신으로 이해관계 복잡해져
경제학·법률·회계 등 다각도 분석
법경제학센터 출범한 태평양
기업결합·반독점 등 해법 제시

"택시-타다 같은 사회적 갈등, 법조계 경제분석이 해법 될수도"
법무법인 태평양은 올 3월 경제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법경제학센터를 출범시켰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태평양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곽시명 회계사, 윤성운 변호사, 신동준 센터장(왼쪽부터)이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대형마트 출점규제와 전통시장의 갈등, 기존 택시업계와 타다의 갈등은 각자의 입장을 대변한 '서로 다른 숫자'가 맞서며 갈등이 커졌다. 3지대에 있는 법조계의 '경제분석'을 통해 합리적·객관적 접근을 했으면 조금 더 나은 해법이 나왔을 것이다."

법무법인 태평양 윤성운 변호사는 최근 법조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경제분석'에 대해 "단순히 계량적인 분석이 아니라 경제학, 법률, 회계 전문가 등이 참여해 종합적이고 다각적으로 분석해 해법을 찾는 종합예술"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분석 '사회적 갈등' 줄인다

예를 들어 택시업계와 타다나 카카오택시 간의 갈등에 대한 공적 논의에 있어서도 경제분석이 활용될 수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자료에 의하면 택시 운전자수는 27만8000여명, 택시의 하루 평균운행거리는 약 220km다. 그 중 손님을 태우고 운행하는 거리는 120km로, 운행률이 약 55%다. 택시 기사 하루 매출은 약 16만원으로 택시 시장의 연간 규모는 약 22조원으로 추산된다. 한편 출퇴근 시간대에는 택시를 잡기 어렵다. 택시이용자와 택시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잘 활용하여 택시의 운행율을 5% 또는 10% 높일 수 있다면, 택시기사의 매출도 증대하고 소비자 후생도 증대시켜 '윈-윈'이 가능할 수 있다.

윤 변호사는 "새로운 산업을 통해 증가하는 부가가치를 각 이해당사자에게 합리적으로 배분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며 "산업의 혁신으로 피해를 입는 분야, 예컨대 소규모 택시 콜사업자들이 고용한 안내원에 대한 지원을 증가한 효용으로부터 이전할 수 있다면 사회적 논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평양, 법경제학센터 출범

과거 경제적 쟁점이 있는 사건이나 규제에 대한 법적평가 등은 이해관계자 및 경제적 효과 분석, 관련 이슈의 법리 해석이 대체로 간단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IT기술과 네트워크 경제 확산, 산업간 융복합으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이에 발맞춰 국내 최대 로펌 중 하나인 태평양은 올해 3월 신동준 센터장을 중심으로 20여명의 경제학 박사, 공정거래·증권·형사·방송통신기술(TMT) 분야 전문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법경제학센터를 출범시켰다. 신 센터장은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에서 10년 동안 경제분석전문가로 활동했다. 반독점·경쟁·규제 문제 연구 분석 및 컨설팅 업무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갖고 있다.

신 센터장은 경제분석의 효용과 필요성과 관련하여, "예컨대 기업 인수합병의 경우 기업은 수직계열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규제당국은 독과점 이슈를 우려한다"며 "이 경우 법률자문(경제분석)을 통해 법률 검토, 경제적 효과 분석, 전망을 통해 법원이나 정부의 판단에 '최적의 해법'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 형사, 입법자문으로 확대

태평양의 법경제학센터는 현재 담합·내부거래·기업결합사건 등 공정거래분야 업무에 상대적으로 집중되어 있다. 향후에는 증권소송, 형사, TMT는 물론 입법자문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증권 분야의 경우 분식회계 등이 발생했을 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다. 형사 사건의 경우 특정 행위가 유발하는 영향을 분석해 양형판단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윤 변호사는 "규제, 입법자문 분야야 말로 가장 광범위하게 경제 분석이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신 센터장은 "미국 부시 행정부 시절 오리건주에서 건강보험제도를 입법화 하려고 했고 찬성 여론이 많았다"며 "하지만 경제분석을 통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해당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할 경우 오리건주의 재정이 2년안에 파산한다는 결론이 나왔고 결국 이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입법자문의 경우 개별 기업이 아닌 경제협회나 단체 등을 통한 법률자문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곽시명 회계사는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이슈에 대해 경제분석을 앞장서서 진행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특정 산업의 협회를 통해 경제분석을 진행하고 비용을 공동 배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