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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n차 대유행 막을 해법은 백신뿐" [fn이사람]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마친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

"코로나 n차 대유행 막을 해법은 백신뿐" [fn이사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연일 500명대 안팎을 기록하면서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특히 비수도권의 확진자 비중은 40%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전국적 대확산 양상을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4차 대유행'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확진자가 다시 1000명대까지 늘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의 반응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사진)는 유행을 거듭할 때마다 확산 규모가 커지는 점을 들며 "4차 대유행은 앞선 사례보다 심한 피해를 남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호흡기 바이러스는 기후가 건조하고 실내활동이 많을 때 확산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이 탓에 코로나19도 겨울보다 봄·여름이 대처하기 용이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엄 교수는 봄이 돼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국민들의 이동량이 늘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엄 교수는 "기후보다 국민의 이동량과 접촉량이 코로나19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경각심이 떨어진 것도 악재다. 봄이 된다고 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을 통한 이동 제한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단계를 올린다 해도 과거 같은 참여도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섣불리 조치를 취했다가 국민의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엄 교수가 밝힌 유일한 해법은 백신이다. 백신에 대한 우려는 마땅하지만 필요 이상의 불신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엄 교수의 의견이다. 엄 교수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바 있다.

그는 "10만5000명이 넘게 코로나19에 감염됐고 1748명이 사망했지만, 아직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이 증명된 사례는 없다"라며 "어느 쪽의 가치가 높다고 봐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고위험군 백신 접종이 이뤄져서 중환자만 적게 발생한다고 해도 의료적인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면서 "백신은 개인의 안전이 아니라 나와 내 주변 사람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1200만명을 대상으로 최소 1차 접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내에 들어왔거나 도착 일정이 구체적으로 나온 물량은 889만5000명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얀센과 모더나, 노바백스 백신이 일부라도 들어와야 하지만 아직 대략적인 계획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엄 교수는 "백신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나라가 적기 때문에 백신 수출·공급이 중단되는 일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라며 "이를 우려해 우리나라 인구수보다 많게 여러 가지 백신을 계약한 거 아니겠나. 우리나라보다 위험한 상황에 놓인 국가가 많은 것을 고려하면 대처를 못 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엄 교수는 코로나19를 올해 안에 종식시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백신 보급 여부에 따라 전 세계적인 유행 추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인플루엔자도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킨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나. 코로나19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때까지 힘들더라도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올바른 시기에 접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