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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서울시장 선거에는 '미래'가 없다

[테헤란로] 서울시장 선거에는 '미래'가 없다
'1년이 조금 넘는 임기의 시장 후보들에게 서울의 미래를 보여달라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

이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간 계속해서 가지게 된 의문이다.

선거에 출마한 총 12명의 후보 모두가 나름의 공약으로 표를 호소했다. 핵심으로 부동산 또는 특정 지역 개발에 대한 공약이 대부분이다.

실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스피드 주택공급'을 제1공약으로 선정했다. 서울의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고, 한강변 아파트 35층 이하 규제를 풀고, 민간이 재개발·재건축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아무리 빨라도 10년이 걸리는 재개발·재건축을 1년 임기에 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저층주거지 재개발과 노후 아파트단지 재건축 활성화를 비롯해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상향 등 공약이 주로 언급됐다.

또 오는 2025년까지 공공주택 3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대규모 개발공약도 내놨다. 분당신도시가 10만가구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서울에 분당신도시 3개를 만들겠다는 공약인데 그만 한 부지를 서울에서 찾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처럼 선거 기간 후보들의 입과 공약집에서는 실현 가능성과는 무관하지만 유권자의 욕망은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부동산 및 개발 공약으로 욕망을 자극하면 표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과거 '뉴타운 광풍' 등을 생각해보면 그런 측면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장이 되겠다는 후보들의 입에서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다는 점은 안타까웠다. 공약집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미래 서울의 '청사진'을 보여줬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면 서울은 너무나 많은 과제를 가진 도시다.

예컨대 서울은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도시다.

누구나 알지만 서울은 도시 내부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는 거의 없다. 외부로부터 대규모 에너지를 받아 소비만 하는 도시가 서울이다. 갑작스럽게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면 서울의 시스템은 마비된다고 봐야 한다. 서울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내부에서도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 고민인 기후변화에 대응과도 직결된 측면이 있어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어려워지고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 서울을 지탱하던 산업들이 흔들릴 수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미래 산업에 대한 구상은 더더욱 요구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서울은 정체 또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시장 후보들이 공개한 공약을 유심히 보다보면 '미래'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부동산 및 개발 공약과는 달리 이런 공약은 짧은 한줄로 끝난 경우가 허다하다. 구색을 갖추기 위해 끼워 넣은 것이다.


다시 1년이 지난 이후 서울은 시장을 뽑는 선거를 치르게 된다. 그때는 '욕망'이 아닌 '미래' 이야기를 앞세우는 후보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부동산과 개발이 서울의 미래가 될 수는 없다.

coddy@fnnews.com 예병정 정책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