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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남 탓 바이러스’ 덮친 지구촌

[강남시선] ‘남 탓 바이러스’ 덮친 지구촌
코로나19 팬데믹이 해를 넘겨 장기화되면서 극도의 피로감이 전 세계를 짓누르고 있다. 스트레스 분출구를 찾지 못한 이들은 자제력을 잃고서 야만적 폭력성마저 보이고 있다. 마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 간의 배려심도 함께 상실되는 것 같다.

지구촌에선 '남 탓' 바이러스까지 급속히 번지고 있다. 직장과 가정뿐만 아니라 국가 단위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방의 극단주의자들은 중국과 아시아가 팬데믹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지칭하면서 미국 내 반중국 기조에 불을 붙였다. 흑인 차별거부 운동을 벌었던 바이든 행정부조차 반중국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우한 실험실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출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지만 반중국 정서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종 혐오범죄를 차단하고자 법안 마련에 착수했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반중국 기조는 아시아인 혐오범죄로 치닫고 있다.

미국 내 한인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21세 백인 청년이 50~70대 한국계 여성 4명에게 총격을 가해 모두 사망한 잔혹한 사고까지 발생했다. 반중국 기조가 인종차별과 증오범죄라는 사생아를 낳은 셈이다.

미국 여자 스노보드 대표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해 금메달을 따 영웅이 된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킴조차 인종차별을 겪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다. 아사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얼마나 깊은지 헤아리기 어렵다.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편 가르기가 인간성 말살이라는 극단의 상황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가 간 편 가르기까지 생기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반중국 연대에 동맹국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 각국들과 협력을 통해 중국 압박 기조를 풀지 않고 있다. 일본, 호주, 인도, 미국은 '쿼드'(4개국 안보협의체)를 구성해 중국을 압박 중이다.

미국과 패권싸움 중인 중국도 자기 편 만들기에 나섰다. 북한뿐만 아니라 이란과 같은 전통적인 미국의 적대국까지 모두 중국이 감싸고 있다. 한국은 편 가르기 속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백신 이기주의도 거세졌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자국민 우선 접종을 위해 백신의 반출을 막고 빗장을 걸어 잠갔다.

하지만 전염병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이 모두 접종하지 않으면 4차 대확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나라만 백신접종을 마치고 이웃 나라가 하지 못하면 재발병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팬데믹을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나만 살고자 남 탓으로 돌리기만 한다면 공멸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수가 인류에 가르쳐준 새 기독교의 계명은 '서로 사랑하라'였다. 뒤집어 보면 인간들이 얼마나 서로 비난만 하고 남 탓만 했길래 이런 새 계명을 내렸나 싶다. 전 인류가 남 탓에서 벗어나 인도주의적 평화의 길을 다시 걸을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국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