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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고용차별 없는 일터를 위하여

[특별기고] 고용차별 없는 일터를 위하여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파리 근교에 있는 르노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프랑스 하면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는 만큼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혹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십니까? - 네, 많지는 않지만 파견근로자도 씁니다." "그럼 인건비는 어떻게 지불하시나요? - 파견근로자에 대한 임금차별이 없도록 르노자동차 정규직 임금 대비 105% 정도를 파견대가로 지불합니다."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작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우리는 여전히 비정규직이 전체 임금근로자의 36.3%에 달하고 있고, 임금수준도 정규직은 월 323만4000원, 비정규직(시간제는 제외)은 234만1000원으로 격차가 있다. 한마디로 상황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또 한편 4차 산업혁명과 저탄소경제의 진전, 코로나19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플랫폼노동 확산 등이 더해지면서 비정규 노동과 노동의 개인화 추세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EU 사례를 보면 고용형태 다양화 또는 새로운 형태의 고용이 출현하는 현실을 인정하되, 동시에 모든 형태의 고용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가 2019년 발표된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노동조건에 관한 EU 규정(Directive)'과 '모든 노동자 및 자영업자의 사회보장 수혜권에 대한 권고(Recommendation)' 등이다.

노사발전재단은 2010년 '차별 없는 일터지원단(차일단)'을 설치한 이후 전국의 6개 차일단을 통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다. 앞으로도 이 같은 재단의 노력은 멈추지 않겠지만 이미 세상은 플랫폼노동, 복수의 사용자와 단일 노동자 관계, 바우처노동(근로계약에 근거하지 않은), 복수 자영업자가 모여 제공하는 노동 등 다양한 유형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은 EU 사례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고용에 대한 수요와 최소한의 보호(투명하고 차별 없는 처우, 사회보장에 대한 접근성 보장 등) 간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정책과 제도가 고민되고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의 경우 차별과 관련해 진정한 고민이 필요한 분야가 여성에 대한 고용상 차별이라는 지적이 많다. 저출산·고령화가 너무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사람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 그러나 그 사람들의 교육수준과 능력은 그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2020년 말 현재 56.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평균 59.5%보다도 낮고 EU 62.6%, 미국 63.2%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낮은 수치다. 자원을 사장하고 있다는 말과도 같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20대 최초 고용률은 남성과 유사하거나 높은데도 한 번 경력단절을 겪으면 다시 노동시장으로 복귀하는 비율도 낮고, 설사 복귀하는 경우에도 단절기간이 매우 긴 특징을 보인다.
문제는 그 주된 사유가 채용부터 보직, 승진, 보수 등 전 고용의 과정에서 겪는 차별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의 지속발전을 위해 어떻게 하면 전체 인적자원을 슬기롭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의 관점에서 여성에 대한 고용상 차별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노사발전재단은 앞으로 이들 문제에 주목해 여성에 대한 고용상 차별 해소를 위해 가진 역량을 집중해 나가고자 한다. 차별 없는 일터, 대한민국의 지속발전을 위하여.

정형우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