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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 체력 논란에도… 시험장엔 여전히 ‘무릎 대고 팔굽혀펴기’

올해 공채에도 평가기준 변경 없어
경찰대학 남녀 동일 측정과 대조적
불신 여론에 체력검정 개선 의견도
경찰측 "2023년 통합선발 때 변경"

올해 여자 순경 선발시험에서도 '무릎 대고 팔굽혀펴기'로 체력 평가를 치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대학은 2021학년도부터 남녀 동일하게 정자세로 체력을 측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선에서는 치안활동을 수행하는 여경에 지나치게 가벼운 체력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경찰은 "2023년부터 순경을 통합 선발하면서 기준 변경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무릎대고 팔굽혀펴기' 논란 여전

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월 5일부터 실시 중인 '2021년 제1차 경찰공무원(순경) 공개채용시험'은 남자 1961명, 여자 739명, 101경비단(남자) 120명 등 총 2820명을 선발한다.

체력 평가 항목 중 여성 응시자의 팔굽혀펴기는 여전히 '무릎 대고 팔굽혀펴기' 자세로 갯수를 측정하고 있다. 경찰은 측정 방법을 '양손을 어깨넓이로 벌리고 발은 모은 상태(여자는 무릎을 대고 무릎이하는 바닥과 45도 각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팔은 직각, 몸은 수평이 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무릎 대고 팔굽혀펴기' 자세는 지난 2019년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이른바 '대림동 사건' 영상이 퍼지면서, 여경이 취객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체력평가 논란으로 옮겨붙은 것이다.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도 비판 여론에 대해 "선진국보다 체력 기준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어, 이 기준을 끌어 올리겠다"며 개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채용 과정에서 체력평가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경찰개혁위원회와 경찰청 성평등위원회도 순경 공채 체력 평가에서 남녀 간 동일 기준을 적용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경찰대학·간부후보생 선발 과정에서는 2021년도부터 남녀 모두 정식 팔굽혀펴기 자세로 체력평가를 실시 중이다. 순경 공채의 경우 2023년 남녀 통합 선발로 채용 형태를 바꾸면서 평가 기준 변경을 검토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합 선발 전까지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면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5만 여명에 달하는 응시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전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구용역 등 거쳐 다각도 검토"

그러나 일선 치안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순경 특성 상, 보다 강화된 체력 평가 기준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에는 시위자 제지에 여성 경찰관 9명이 투입되는 영상이 퍼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꿀벌 진압'이라는 조롱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은 '물리력 행사를 최소화하고, 시위자 동선을 막기 위해 매뉴얼대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뿌리깊은 여성 경찰관에 대한 불신 여론에 또 다시 불을 지피는 결과를 가져왔다.

경찰은 연구 용역 등을 거쳐 오는 순경 통합 선발부터 다양한 체력 평가 방식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응시 인원이 많고,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경찰대와는) 별도의 의견수렴을 통해 (평가 방식) 변경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종목별 평가가 아닌 다른 방식 등,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