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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신북방정책은 미래다

[특별기고] 신북방정책은 미래다
미국과 일본 등 해양세력과의 협력을 통해 성공적 근대화를 성취한 우리에게 사실상의 섬나라를 벗어나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세력과의 협력은 새로운 국가 도약을 위한 역사적 과제임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과 함께 핵심 대외경제전략의 하나로 신북방정책을 선언하고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신북방정책은 북방 14개 국가와 협력을 통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함은 물론 동북아의 지정학적 경쟁을 관리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 추구에 있어 우리의 전략적 입지를 확대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평화와 번영의 북방경제공동체 형성을 주도하고자 하는 담대한 비전인 것이다.

지난 4년 신북방정책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우선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 거점이 마련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 창춘시에 한중 국제협력시범구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에는 한국기업 전용 산업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그간 소홀했던 디지털 혁신분야와 금융분야 협력 플랫폼이 조성된 점도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한러혁신센터'와 카자흐스탄 '기술교류센터'가 문을 열었고 10억달러 규모의 한러펀드 조성이 추진 중이고 '한-유라시아 협력펀드'도 출범했다. 북방포럼, 한러협의회, 한러지방협력포럼 등 새로운 협력 소통채널이 다변화된 점 그리고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 가입을 통해 대륙물류네트워크 연결의 출발점을 마련한 점 등도 가시적 성과였다. 그러나 임기를 1년 앞두고 신북방정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없지 않다. 지정학적 여건 악화와 코로나 위기 장기화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향후 북방정책의 지정학적 여건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도 미·러 관계가 더욱 냉각되고 있고, '쿼드 플러스' 등 미국의 중국 견제가 범지역적 대립으로 구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경학이 지정학의 수단이 돼야 하는 상황에서 향후 북방정책 추진에 다음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북방정책은 정치와 경제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추진해야 하며, 북핵 문제 해결 나아가 동북아공동체를 주도하는 대전략의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과 긴밀히 연계돼야 한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의 추동을 한반도 경제권과 북방경제권의 결합이라는 좀 더 거시적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도,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타결'도 아닌 실용적이고 단계적 접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별 북방정책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북방국가들과 협력을 기존 자원 및 인프라 협력 중심에서 디지털과 그린 분야 협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과 러시아 모두에 혁신경제 전환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으며, 코로나 위기는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문재인정부 뉴딜정책은 북방정책의 성과를 가시화하는 새로운 추동력이 될 것이다.


현 정부의 임기가 다돼 가는 상황에서 정부의 신북방정책 성과가 기대보다 더디게 나온다고 느끼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방정책은 지정학적 부담과 북핵 위기 등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긴 호흡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우리의 미래다. 한민족이 언젠가는 이뤄야 할 역사적 과제의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