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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지역이 주도하는 스마트 그린도시 구축

[차관칼럼] 지역이 주도하는 스마트 그린도시 구축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위기는 이제 우리의 안전과 생존까지 위협하는 수준이 되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때이른 폭염과 최장기간 장마, 겨울철 이상고온 등 다양한 기상재해가 나타났다. 전례 없는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깨끗하고 살기 좋은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대표적 삶의 공간인 도시가 돼야 한다.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 난개발 등 도시화에 따라 기후변화와 환경문제가 발생했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곳 또한 도시다. 국내 총인구의 약 92%가 살고 있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5%를 차지하는 도시가 바뀌지 않고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도시는 미래지향적이고 외부의 다양한 충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도시 녹색생태계 회복'을 위한 그린뉴딜 과제로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 규모에서 기후·환경의 여건 진단을 토대로 기후, 물, 대기, 자원순환 등 다양한 환경분야 사업들을 복합하여 친환경 공간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지향적 도시 조성을 목표로 다양한 지역 맞춤형 기후변화 대응모델들을 발굴하고 지원한다.

지난해 11월, 25곳의 대상지 선정을 위한 스마트 그린도시 공모에 100개의 지자체가 사업계획서를 제안했다. 전국의 지자체 243개 중에서 41%가 참여한 셈이다. 선정된 25곳의 스마트 그린도시 대상지에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하고 참신한 공간 조성계획들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산단 인근 거주지 도로에 자동 살수장치를 설치해 미세먼지와 폭염에 대비하고, 수열에너지 공급시스템 구축으로 공공시설의 제로에너지 기반을 마련한다. 도심 속 방치된 유수지의 생태복원 등을 통해서도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다. 동네 배달음식점에 다회용 공유 용기를 도입해 일회용품을 줄이고, 인근 공공용지에 제로 에너지 건축물 및 환경교육센터를 지어 지역의 자원순환 거점으로 거듭난다. 대상지 25곳에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각 100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투입돼 지역과 주민이 중심이 되어 사업을 시행해 나갈 예정이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한 정부와 지역의 의지는 최근에 한껏 고조돼 있다. 지난해 6월 모든 기초지자체가 참여해 '대한민국 기초 지방정부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공표했다. 7월에는 17개 광역, 64개 기초지자체가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를 발족했고, 올해 5월까지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연대에 가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25곳의 스마트 그린도시 대상 지자체와 환경부 관계자들이 화성시에 모여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지역이 주도하는 탄소중립의 출발을 선포했다. 과거와 같이 중앙정부 중심의 일방적 사업 추진은 한계가 있다. 특히 주민이 안심할 수 있는 생활공간 구축을 위해서는 지역이 중심이 되어 사업을 구상하고 시행하는 한편 중앙정부는 이를 위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기후변화와 환경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지금이 대한민국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적기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의지가 충만한 만큼 체감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2005년 영국의 토트네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전환운동이 전 세계에 지속가능한 도시로 녹색전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것처럼 지역이 주도하는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이 대한민국 탄소중립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