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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대박'선결조건은 '투기 아닌 투자'

[강남시선] '대박'선결조건은 '투기 아닌 투자'
"하락장에서 당신이 불안한 이유는 쓰레기 같은 회사에 공부도 안 하고 평생 모은 돈을 (한곳에) 몰빵했기 때문이다."

최근 하락장에서 보유주식을 팔아야 할지 고민한 많은 투자자들이 뜨끔했을 말이다.

이는 미국 '월가의 전설'로 인정받고 있는 피터 린치 펀드매니저의 말이다. 린치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14년간 연평균 29.2%의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단순 계산으로 1977년에 100달러를 투자했다면 1990년에는 3600달러, 36배나 급증할 수 있는 수익률이다. 그의 말은 "투자기업에 대해 분석을 제대로 하고 분산투자를 한다면 반드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

린치가 30년 전에 '대박'을 내는 비법을 알려줬지만 투자자들의 투자패턴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최근 투자라고 말하기 힘든, '투기'에 가까운 투자가 더 많아진 것 같은 분위기다.

최근에 암호 같은 문자를 받았다. 'A기업 10, B기업 15, 확인하셨죠. 동참 주세요' '생각은 저희가, 선생님은 확인만' 'C 10, 선생님만 연락이 없네요. 동참 주세요' 등의 내용이다. 어리둥절했지만 기업 이름과 숫자를 보고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A기업 등은 상장종목, 뒤에 숫자는 주가 상승폭으로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리딩방' 가입 권유문자다.

리딩방 피해사례가 많이 늘고 있지만 관심은 여전하다. 대박을 노린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문자만 보면 유혹에 빠질 만하다. 하루 상승폭이 저 정도면 정말 고민할 것 같다. 투자가 투기화되고 있는 것은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해 초 미국에서 벌어진 게임스톱 공매도 전쟁도 전형적인 투기사례다. 기업 펀더멘털과는 상관없이 기관과 미국판 동학개미인 '로빈 후드'의 전쟁으로 주가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수익을 얻은 것은 극히 일부, 대부분의 투자자는 손해를 입었다. '동학개미'들도 꽤 참전했다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를 하건 투기를 하건 그건 각자 결정할 일이다. 그러나 걱정이 되는 것은 2030세대의 선택이 투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를 넘어 '5포세대(3포세대+내 집 마련, 인간관계)' '7포세대(5포세대+꿈, 희망)'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욕을 잃은 젊은 세대가 조급함에 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코인에 MZ세대가 다른 연령대보다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로 판단된다. 특히 주변 직장인이 코인을 통해 수백억원을 벌어서 사직을 했다는 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젊은 세대들의 마음은 더 급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기를 막고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불건전하고 불법적인 투자를 막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의 준비고, 마음자세다. 정부가 규제한다고 해도 투자자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 효과가 없다. 투기, 요행을 통해 대박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확률이 극히 낮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진정 대박을 원한다면 투기가 아닌 투자를 통해 종잣돈을 마련하고 이후 투자를 더 확대하는 등의 단계를 거치는 것이 더 확률이 높다. 한번의 투기로 나락으로 떨어지면 다음의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