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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3만6천명으론 부족… 10년간 5만명 필요"

업계 "부품·장비도 키워야"

정부가 오는 2031년까지 반도체 산업인력 3만6000명을 육성키로 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 세계적 반도체 패권 전쟁이 본격화된 만큼 경쟁국에 밀리지 않으려면 반도체 공정별, 더 나아가 부품·장비 등 생태계 전반에 최소 5만명의 신규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기업과 대학에 연계해 졸업 후 100% 취업을 보장하는 반도체 계약학과 5개 신설 등 관련학과 정원을 확대해 매년 150명씩 추가로 배출하고 동시에 학부 내 반도체 트랙 설치 등으로 매년 1440명씩, 학사급 반도체 인력을 10년간 총 1만9400명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인력 양성의 핵심인 대학의 경우 한국은 절대적 규모·전문적 체계 등에서 경쟁국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는 성균관대(삼성전자)·연세대(삼성전자)·고려대(SK하이닉스) 등 3곳뿐이다. 성균관대에선 지난 2006년부터 해마다 반도체 전문인력 70명을 양성하고 있으며, 올해 첫 신입생을 받은 연세대와 고려대는 오는 2024년은 돼야 각각 50명·30명 등 총 80명을 배출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 해 정부가 목표로 하는 반도체 관련 학과 신규 인력 150명은 2024년에나 현장 투입이 가능한 셈이다.

앞서 2019년 정부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강국 도약 비전을 통해 2030년까지 1만7000명 규모의 대규모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그해 서울대 공과대학은 삼성전자와 협력해 시스템반도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계약학과 설치를 무산시켰다. "특정기업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과 개설은 대학이 기업에 종속될 우려가 있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카이스트는 아직 예산 등으로 정부와 협의 중이며, 유니스트는 일단 오는 9월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부터 개원하고 학부 확대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기업은 공정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실험 결과만 도출할 뿐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해석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면서 "반도체 강국 달성을 위해선 결국 원천기술·이론이 기본이 돼야 하는데 이는 대학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기술·설계 분야 인력은 그나마 충분하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쪽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반도체 시장 성장률로 보아 1년에 5000명씩, 10년간 최소 5만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