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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對 초저가… 한·중 배터리 ‘패권경쟁’

中, 값싼 LFP 양극재로 맹추격
테슬라·폭스바겐 등 앞다퉈 적용
韓, NCM으로 車배터리 70% 장악
2030년에 점유율 따라잡힐 위기
기술 차별화로 中과의 격차 벌려야

초격차 對 초저가… 한·중 배터리 ‘패권경쟁’
한국 배터리 제조사의 주력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약 70%를 차지하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이 값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영토를 넓히고 있다. 오는 2030년에는 전체 배터리 시장에서 NCM-LFP 배터리 점유율이 같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술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와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LFP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5년 10%에서 2030년 30%로 3배 이상 성장하는 반면 같은 기간 NCM 배터리는 70%에서 30%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제조사들은 중국의 LFP 배터리가 무겁고 주행거리가 짧은 탓에 점유율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비용 절감이 화두로 떠오른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는 갈수록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중국 이브에너지와 배터리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이브에너지는 대표적인 LFP 배터리 제조사다. 두 회사가 계약을 체결하면 이브에너지는 CATL에 이어 테슬라의 LFP 배터리 공급업체가 된다.

전기차 리튬배터리는 양극 소재에 따라 크게 LFP와 NCM 배터리로 분류된다. LFP는 NCM에 비해 외부충격이나 온도변화에 폭발 가능성이 작아 안정성이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00~300㎞에 불과하다. 반면 NCM은 에너지 밀도가 높아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0~500㎞에 이른다. 하지만 희소 비철금속이 주요 원료인 탓에 높은 가격과 불안정성은 단점이다. LFP보다 화재 위험도 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는 게 기술력 차별화의 관건이다.

전기차 업계에선 그간 성능 경쟁이 치열했던 터라 NCM 배터리가 주목받았다. 중국의 LFP 배터리는 내수용에 불과했다. 실제로 2018년 기준 NCM 배터리 수요량은 약 15만6000t으로 43% 비중을 차지한 반면 LFP 배터리는 16%(5만8000t)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비용 절감이 전기차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LFP 배터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제조비용의 40~50%가량을 배터리가 차지하는 탓에 원가절감 없이는 전기차 상용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LFP 배터리를 탑재하는 글로벌 전기차 회사로는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작년부터 중국 제조 모델3 스탠더드 모델에 CATL이 제조한 LFP 배터리를 넣고 있다. 폭스바겐도 배터리 내재화와 함께 LFP 배터리 개발 계획을 밝혔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FP 배터리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전기차 시장에서 일정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NCM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원가 하락으로 LFP와의 가격차도 줄어 장기적으로 NCM 배터리가 시장의 메인스트림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철 기반 LFP 배터리가 NCM 배터리의 가격을 낮춰주고 있는 셈"이라며 "LFP 배터리가 사라지면 NCM 주원료인 니켈 가격이 치솟을 것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LFP 배터리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