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동일인(총수) 지정제도 개선 연구용역을 이달 중 발주한다. 친족범위를 축소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전반적인 제도를 손질한다.
24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이달 안 동일인 제도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 지정제도 개편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동일인 지정제도는 공정위가 쿠팡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외국인 특혜' 논란이 일었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공정위 제재의 최종 책임을 지고 배우자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과의 거래가 모두 공시대상이 되는데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아 해당 감시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동일인 관련 규제는) 내·외국인 간 차별 없이 대기업집단에 효과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대상 등을 고려해 적절한지 검증해보겠다는 것이지 친족범위를 줄인다거나 하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친족범위는 현재 범위에서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먼 친척인 6촌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부상하는 IT업체의 경우 혈연으로 경제적 동일체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고, 6촌과 전혀 교류하지 않아 지분을 공시하지 못한 경우 공정위는 '경고' 이상의 처벌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친족의 범위를 좁힐 경우 사각지대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촌수로 특수관계인을 따져도 6촌에서 그의 자녀로 동일인 지위가 넘어가면 바로 규제대상에서 벗어나게 돼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기업집단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먼 친척까지 다 지주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실증적인 문제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게 하고, 이와 관련해 기업들의 보고 부담이 너무 가지 않게끔 하는 방안 내에서 공정위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발 동일인 지정 논란은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쟁을 일으켰다.
동일인은 지정자료 제출을 누락하거나 왜곡 등에 대해 국내법으로 처벌받게 돼 있는데, 외국인이 동일인이 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위원장은 이와 관련, "내국인과 외국인 차별 없는 대기업집단 시책을 적용하겠다는 게 저희 생각"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만 "현행 공정위가 가지고 있는 대기업집단 시책 규제가 대부분 내국인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당장엔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해서 규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구체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형사제재나 친족범위 등에 있어 문제 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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