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사 합의안 1년 유예 요구
쟁의권 없는 조합원
9시 출근·11시 배송출발"
택배대란 가능성은 낮아
8일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서 전국택배노조가 사회적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분류작업을 거부해 쌓인 택배물량 뒤로 전국택배노조 노조원들이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뉴스1
택배노조가 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투쟁을 선언했다. 8일 열린 '2차 택배종사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에서 노사 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택배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파업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다음번 2차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가 오는 15∼16일로 예정된 탓에 파업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지막 협상이라는 자세로 임했던 사회적 합의기구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내일부터 쟁의권 있는 전국 모든 조합원이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택배노조는 지난 7일부터 출근·배송 출발시간을 각각 2시간씩 늦추면서 분류작업을 거부하는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2차 사회적 합의기구에는 국내 4개 택배사(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로젠택배), 택배사대리점연합회,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노조 등이 속해 있다.
택배노조는 우정사업본부가 사회적 합의 공식 주체인데도 사유를 밝히지 않고 회의에 불참함에 따라 우정사업본부에 대해서 향후 집중타격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1차 사회적 합의안 마련에 동참했고 오늘 개최된 2차 사회적 합의안 마련을 위한 회의에도 참석했다. 회의에 불참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날 택배사대리점연합회도 "택배노조가 집단행동을 철회해야 합의기구에 참여하겠다"며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형식적인 결렬 이유는 사회적 합의 주체였던 대리점연합회의 불참이지만, 실질적 이유는 택배사들의 요구 때문"이라며 "택배사는 사회적 합의안을 두고 시간을 끌고 적용시점을 1년간 유예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1월달에 사회적 합의가 진행됐고, 5월 말까지 세부 논의를 확정해서 6월부터 시행하기로 정한 바 있다"며 "하지만 택배사들은 또다시 준비기간을 운운하며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노조로선 참을 만큼 참았고, 결단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내일 총력투쟁 찬반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다.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은 무기한 전면파업을, 쟁의권이 없는 조합원들은 '오전 9시 출근·오전 11시 배송출발'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택배노조 조합원 수는 약 6500명(우체국 2750여명, CJ대한통운 2430여명, 한진 500여명, 롯데글로벌로지스 500여명 등)에 이른다. 이 중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은 약 2100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업계는 파업에 대비하기 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지난 7일부터 시작된 분류작업 거부에 따른 택배 배송차질에 큰 영향이 없던 만큼 노조가 파업해도 택배대란이 벌어질 정도의 업무차질은 없을 것으로 봤다. 전국 택배기사 약 5만4000명 중 노조원은 12%가량으로 일부이기 때문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내일 오전 파업 상황을 봐야 알겠지만 택배대란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내일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 결과를 봐야 파업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택배업계는 지난 1월 1차 사회적 합의문을 이행하기 위해 이미 분류작업에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합의문 내용은 △택배기사 업무에서 택배분류작업 제외 △택배기사 주 최대 작업시간 60시간 △택배기사가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경우 수수료 지급 등이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이 4100명, 한진과 롯데는 각각 1000명의 분류지원인력을 투입하기로 하고 현재 각 택배 터미널 대리점 상황에 맞춰 분류지원인력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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