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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글로벌 스타된 한국기업, 발목잡는 내수용 정치

[강남시선] 글로벌 스타된 한국기업, 발목잡는 내수용 정치
'세계의 나침반 K-STAR, 우리가 가면 길이 된다.' 오는 24일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하는 제12회 퓨처 ICT 포럼의 주인공은 한국의 글로벌 STAR 기업이다. STAR의 앞 글자를 딴 SNS와 Telecom, AI, Revolution 등 4개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개척한 한국 기업들의 성공 스토리를 듣는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포럼에서 한국 ICT 기업들은 '희망'을 얘기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나온 '과거'와 '현재'를 담담히 설명할 정도로 21세기 ICT시장에서 세계의 '별'이 됐다. 나침반이 없던 시절 하늘의 별을 보면서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듯, 한국 기업은 이제 그 별이 되어 세계 경제의 나침판 역할을 당당히 하고 있다.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길, 그 선두에 서서 어떻게 세계 시장을 개척했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통산업 또는 정치권이 신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게 공정한 심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올라선 한국 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정치권은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 역시 정치권에 휘둘려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뜻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만 해줘도 고마울 정도다. 하지만 정치권이 글로벌 운동장에서 선수 역할을 자처하며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아도 정부는 옐로카드 또는 레드카드를 꺼내기는커녕 오히려 동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쿠팡에 대한 국내 경영환경이 최근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쿠팡은 발상의 전환으로 물류혁신과 유통혁신을 이뤘다. 10년간 집중적 투자와 혁신의 결과는 지난 3월 국내기업 최초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직접 상장하는 것으로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평가받았다. 특히 외주 용역에 장시간 근로가 반복됐던 배송직원들을 직고용, 주5일, 52시간 근로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또 직매입과 소상공인 지원을 통해 전례 없는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중소 제조업자와 영세 소상공인의 새로운 생명줄 역할을 했다. 하지만 내수용 정치와 규제는 여전히 쿠팡의 혁신적 활동을 옥죄고 있다. 플랫폼 규제, 동일인 지정 논란, 반복되는 노동 이슈 및 규제 등은 쿠팡의 혁신을 멈추게 하고 기존 관습에 젖어 있는 기업들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 푸드 딜리버리 산업을 개척해온 배달의민족(배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국을 배달산업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핫한 시장으로 키워 온 배민은 아시아 진출을 위해 독일 회사와 합병을 추진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에 발목 잡힐 뻔했다. 국내에서 10여년간 키워온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부담스러운 조건을 배민을 인수한 딜리버리히어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합병은 물거품이 됐을 것이다. 그렇게 됐다면 한국에서 나고 자란 배민이라는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꿈은 물거품이 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공정위가 합병심사를 하면서 보여준 '시장을 보는 안목'에도 실망이 크다. 20세기 제조업을 판단하는 잣대로 21세기 플랫폼 산업을 재단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서다.
공정위는 심사 보고서에서 '쿠팡이츠는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논리를 앞세웠으나 6개월이 지난 현재 배민과 쿠팡이츠는 선두를 놓고 한 치도 양보 없는 혈전을 벌이고 있다. 플랫폼 업계에서 시장 판도는 20세기 제조업과 달리 순식간에 급변한다.'K-STAR'가 세계 시장을 압도하는 비결과 우리 사회가 바꿔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이제 정부와 정치권도 들어볼 때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정보미디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