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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오프라인 중심 특허법, 디지털시대 맞춰 손질해야" [제11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

AI 등 신기술 권리화 어려워
디지털 침해에도 취약해
전통적 '발명' 정의도 재정비를

"제조업·오프라인 중심 특허법, 디지털시대 맞춰 손질해야" [제11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
김지수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
"제조업·오프라인 중심 특허법, 디지털시대 맞춰 손질해야" [제11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
이규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통상전략팀장
"제조업·오프라인 중심 특허법, 디지털시대 맞춰 손질해야" [제11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특허법이 생긴 지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 산업화 시대에 머물고 있다. 온라인, 디지털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특허법으로 나아가야 한다."

파이낸셜뉴스와 특허청 공동주최로 10일 열린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에서 주요 내빈들은 제조업·오프라인 중심의 현 특허 제도로는 인공지능(AI), 디지털 의료기술 등 신기술의 권리화, 디지털 침해 방지 등의 보호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수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은 이날 '디지털 시대의 혁신성장 안전망, 지식재산 보호'를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인공지능 등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전통적인 개념에 머물러 있는 발명의 정의 규정을 정비할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학계·법조계에서 축적된 개정 수요, 주요국 입법 동향 등을 토대로 디지털 전환에 따라 제도정비가 필요한 과제를 우선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및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산업 전반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관련 신기술도 급증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신기술인 국내 인공지능 관련 특허는 2010년만 하더라도 240건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4011건으로 급증했다. 9년 동안 증가율은 1571%에 달했다.

이처럼 신기술과 관련된 특허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특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허청도 △디지털 신기술 보호 △디지털 환경에서의 침해규정 정비 △특허정보 활용 강화 측면에서 특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가령 신기술 측면에서 보면 디지털 및 헬스케어 등 분야에선 새로운 진단이나 치료방법이 출원되고 있어 의료방법의 특허 부여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국장은 "의료인이 생명을 보호하는 의료행위에는 특허권을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인공지능 등 혁신가들의 발명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했다.

기술의 발전 등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전통적인 개념에 머물러 있는 발명의 정의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발명의 정의 규정을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주요국들도 최근 디지털 지식재산권 보호와 관련해 규제 손질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주요 20개국(G20) 국가에서 나타난 디지털 정책 변화는 576건에 달했다. 특히 이 가운데 데이터 보호 움직임이 174건으로 가장 많았고, 콘텐츠와 지식재산 관련 움직임이 98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규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통상전략팀장은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장기 디지털 통상정책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식재산권 보호의 채널로서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최승재 세종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을 계기로 미국식의 디스커버리 도입에 대한 검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등이 디스커버리 제도와 같은 강력한 증거확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증거확보 수단이 미흡해 특허 침해를 입었더라도 피해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특허 침해에 따른 증거 대부분을 특허 침해자가 보유하고 대부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국내 재판에서는 자료를 가지고 있는 측에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버티는 경향이 있어 자료 부족으로 패소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가 과도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제도설계와 입법과정에서 충분히 달리할 수 있다"면서 "도입하는 시점, 내용, 강도 등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론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인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김영권 팀장 김병덕 안승현 김미정 김경민 최종근 안태호 김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