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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 10대 소녀들 자살시도, 50% 넘게 급증" CDC

[파이낸셜뉴스]
"팬데믹 기간 10대 소녀들 자살시도, 50% 넘게 급증" CDC
코로나19 팬데믹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4월 1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오필드의 오어필드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멀찍이 떨어진채 밴드 연습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미국 10대 소녀들의 자살 시도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기록을 토대로 한 집계다. 팬데믹 기간 병원을 찾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산됐다.

CNBC는 11일(이하 현지시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를 인용해 팬데믹 기간 12~17세 청소년, 특히 소녀들의 자살 시도가 급격히 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잖아도 높은 이 연령대 자살시도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로 인해 더 악화했다는 것이다.

이날 CDC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초 이미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실려온 청소년들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7월말~8월초 12~17세 소녀들이 자살시도로 응급실에 실려온 규모는 전년비 26.2% 급증했다.

팬데믹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 생활이 흐트러진 것이 자살시도를 높인 것으로 CDC는 추산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해 봄 18~24세 연령대 남녀가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을 찾은 경우는 1년 전보다 16.8% 감소했다.

그러나 팬데믹은 전 연령대에 걸쳐 자살시도를 높였다.

CDC는 지난해 6월까지 설문조사에서 지난 30일간 팬데믹으로 인해 자살을 생각해봤느냐는 질문에 성인 약 25%가 그렇다고 답해 2019년과 차이가 없었지만 실제 자실시도로 응급실에 후송된 자살시도자 수는 팬데믹 기간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12~17세 소녀들의 경우 올들어 자살시도가 급증했다. 올 2~3월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에 후송된 소녀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6% 폭증했다.

CDC 보고서는 국립 신드롬감시프로그램의 미 49개주 응급실 방문 기록 집계를 토대로 작성됐다.

CNBC는 통상 소녀들의 자살시도가 같은 연령대 소년들의 자살시도보다 빈번하기는 하지만 이번 CDC 보고서에서는 성별 격차가 상당히 큰 폭으로 벌어졌다고 전했다. 팬데믹에 따른 충격이 더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CDC는 이번 보고서가 실제 자살이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살 시도가 증가하면서 응급실 후송이 늘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실사도 증가는 한창 예민할 나이의 청소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학교·선생님들·친구들과 소원해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우울증 상담을 비롯한 각종 정신건강 치료가 팬데믹으로 차질을 빚고, 약물남용이 늘었으며 가족들의 보건·경제 위기에 따른 불안감이 높아진 것 역시 자살시도를 높인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CDC는 또 지난해 정신건강 문제, 아동학대 의심 사례에 따른 응급실 평균 방문율이 1년 전보다 늘었다면서 이 역시 자살시도 증가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CDC는 감염 공포로 팬데믹 기간 병원을 찾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자살시도 규모는 실제로는 집계된 것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