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7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수신료 조정안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KBS이사회는 전날 수신료를 현행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52% 올리는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뉴스1
KBS 이사회는 수신료를 현행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52% 올리는 인상안을 지난 6월 30일에 통과시켰다. 7월 1일에는 경영진이 총출동해 기자회견을 갖고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에 대해서 대국민 설득을 벌였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오히려 부정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KBS가 가져가는 수신료는 준조세이다. 국민의 동의가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이다. KBS의 방만경영은 목불인견이다. KBS 직원 4480명 중 3분의 1이 무보직으로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다. '놀고먹는' 억대 연봉자에게 급여를 주려고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다.
KBS 경영진이 제시한 자구노력도 뼈를 깎는 대신 시늉에 그친 인상이다. 인력 효율화를 위해 향후 5년간 1440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중 정년으로 인한 자연감소 인원이 1100명이다. 구조조정 규모는 300여명에 불과하다. KBS의 인건비 비중은 전체 비용의 34.4%로 MBC(21.7%), SBS(15.1%)에 비해 턱없이 높다.
KBS가 제시한 수신료 인상 근거도 의심스럽다. 두 차례 자체 공론조사에서 각각 72.2%, 79.9%가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다른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76%가 인상에 반대했다. 심지어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5월 27일부터 6월 20일까지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수신료 인상에 동의한 비율은 49.9%에 불과했다.
시민사회는 수신료 인상 전에 세월호, 고성 산불 등 문제적 보도를 통해 훼손된 공영방송의 신뢰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다.
국민의힘은 친여 인사 위주의 불공정 논란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대선을 앞둔 시점의 인상안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KBS는 수신료 인상 반대 목소리의 핵심인 방만한 경영과 공영방송에 대한 불신을 먼저 해소한 뒤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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