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헤어졌던 4살 여동생
유전자 분석으로 큰오빠 만나
加 작은오빠와는 비대면 상봉
입양인 유전자 분석제도 덕분
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진명숙씨(여동생·왼쪽)가 큰오빠 정형곤씨와 상봉해 포옹하고 있다. 진명숙씨(당시 4세)는 지난 1959년 여름 인천 중구 배다리시장 인근에서 작은오빠 정형식씨(당시 6세)와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걸어가다 길을 잃어 실종된 후 경찰청이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장기실종자 발견을 위한 유전자 분석 제도를 통해 62년 만에 큰오빠 정현곤, 작은오빠 정형식씨와 상봉했다. 사진공동취재단
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진명숙씨(여동생)가 화상으로 만난 작은오빠 정형식씨와 화상으로 만나며 웃음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얼마나 고생 많았니. 이제 잃어버리지 말고, 손 꼭 잡고 오래오래 살아야지."
62년 만에 여동생 진명숙씨(66)와 재회한 큰오빠 정형곤씨(76)는 이야기하는 내내 꼭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진씨는 "(다시 만난 가족과)함께 여행을 다니고 싶다"며 감격의 눈물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5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는 62년만에 상봉한 남매의 상봉행사가 열렸다. 캐나다에 있는 작은오빠 정형식씨(68)와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화상을 통한 '비대면 상봉'을 진행됐다.
화면을 통해 만난 작은오빠에게 진씨는 "잘 계셨어요, 저도 잘 있었어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형식씨는 "그렇게 찾던 명숙이구나, 그동안 고생 많았다. 정말 고맙다"며 감격했다.
진씨는 4살이었던 1959년 여름 인천 중구 배다리시장 인근에서 형식씨를 따라나섰다가 길을 잃어 실종됐다. 이후 진씨는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소재 보육원을 거쳐, 충남에 거주하는 한 수녀에게 입양돼 생활했다.
진씨는 자신의 이름은 알았지만 성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고, 한 신부에게 '진씨'라는 성을 얻어 살아갔다. 진씨는 "울면서 오빠를 찾아다니다가, 수녀님 손을 붙잡고 울면서 (보육원에)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큰오빠 형곤씨는 "동생이 '자기때문에 여동생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명숙이가 작은오빠를 많이 따랐는데, 이렇게 만나게 돼 꿈인지 생시인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진씨가 가족과 재회하는 데에는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해외 한인 입양인 유전자 분석제도'가 역할을 했다. 이 제도를 통해 해외에 있는 교포는 국내에 방문하지 않고 재외공관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경찰청으로 보낼 수 있다.
진씨는 2019년 11월 경찰에 신고하고 유전자 등록을 했고, 경찰은 진씨의 실종 개요와 면담 등을 통해 실종 경위가 비슷한 대상자를 선별하던 중, 작은오빠 형식씨의 사례를 발견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형식씨의 유전자를 다시 채취·대조하기 위해, 주 밴쿠버 총영사관에서는 형식씨의 유전자를 외교행낭을 통해 송부했다.
대조 결과, 진씨와 형식씨가 한 핏줄로 판명돼 62년만의 재회가 이뤄진 것이다.
화면 너머에서 여동생과 만난 형식씨는 "동생을 찾게 해달라고 날마다 기도했는데, 결국 동생을 찾을 수 있었다"며 "다른 실종자 가족들께 이 소식이 희망이 되길 바라며 끝까지 애써주신 경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유전자 분석제도는 실종자 가족들의 희망"이라며,"경찰은 앞으로도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마지막 한 명의 실종자까지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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