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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방의회 30주년 역사와 과제

[특별기고] 지방의회 30주년 역사와 과제
지금으로부터 34년 전 6월, 명동성당 앞. 매캐한 연기 속에 투쟁하고 있는 시민들이 보인다. 수많은 이들의 얼굴에서는 목숨을 걸었다는 두려움보다 절박함이나 간절함이 느껴진다. 무엇이 저들을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저들을 용감하게 만들었을까. 개인의 삶을 뒤로하고 그들이 쟁취하고자 했던 내일에는 '자유'와 '민주'가 있었다. 그 투쟁으로 재탄생한 것이 지방자치요, 지방의회다. 우리는 시민의 땀과 눈물, 간절함을 딛고 부활했다. 건국 이후 1956년 지방자치가 첫발을 떼긴 했으나 1961년 군사정변 발발로 곧 숨통이 끊겼다. 그 후 지방자치는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땅속 깊은 곳에 묻혀야만 했다. 잠자고 있던 지방자치를 깨워 숨결을 불어넣은 것은 우리 시민이었다. 의회는 민주주의의 물결 속에 시민으로부터 부름받은 일꾼이었던 셈이다.

어렵게 탄생한 지방의회가 벌써 30주년을 맞았다. 사람의 삶에 빗대면 이립(而立)이라고 하는데, '스스로 바로 선다'는 뜻에 걸맞게 올바르고 단단하게 성장해왔는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지방의회는 행정주체를 감시하고 견제하거나,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기도 하면서 시민의 행복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사람의 성장 과정에도 굴곡이 있듯 지방의회도 그러했다. 시민의 눈높이에 미흡하거나 부끄러운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 속에 지방의회의 끊임없는 성찰이 이어졌다. 서울시의회 또한 스스로 자정결의안을 내놓는가 하면, 시민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듣기 위해 시민제보와 민원을 여러 창구를 통해 받아보기도 했다. 수많은 흔들림과 성찰을 거쳐 30세의 지방의회는 조금이나마 성숙한 모습으로 시민 곁에 서 있다. 그리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방의회는 앞으로 한층 강화된 권한으로 못다 한 성장을 이뤄갈 것이다. 지난해 통과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과 인사권 독립으로 한층 전문적이고 자율적인 의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집행부와의 관계에서도 좀 더 독립성을 띠고, 냉철한 시각으로 시정을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올해와 내년을 기점으로 지방의회는 시민의 대의기관으로서 더욱 당당히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아갈 길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방의회가 고도로 심화된 지방행정을 제대로 분석하며 의미 있는 시정변화를 주도해나가려면 정책지원 전문인력은 의원 1인당 1명씩 배치돼야 한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자치입법권이 강화됐다고 하지만 아쉬움도 크다. 법령의 범위를 벗어나도 지역특성에 걸맞은 조례를 만들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입법권 또한 더욱 보장돼야 한다. 시민 삶의 질을 더욱 적극적으로 높여나가는 의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추후 지방의회법 통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987년 6월 민주화를 이뤄낸 이들의 함성에 우리가 제대로 보답하는 길은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만큼 진정한 자치분권을 이뤄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참여 강화뿐 아니라 시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를 강화해나가는 일 또한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서울시의회는 30주년이라는 안락함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더욱 굳건하게 시민의 손을 잡고 더 나은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부지런히 달려갈 것을 약속드린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