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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겠지''나았으니까'…청해부대, 유증상자 격리없이 뒤섞였다

'감기겠지''나았으니까'…청해부대, 유증상자 격리없이 뒤섞였다
해외파병 임무 수행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청해부대 장병들을 태운 버스가 20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버스를 탄 청해부대원들이 휴대폰으로 바라보고 있다. 2021.7.2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감기겠지''나았으니까'…청해부대, 유증상자 격리없이 뒤섞였다
해외파병 임무 수행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청해부대 장병들을 태운 구급차량이 20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빠져나오는 가운데 의료진이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 양보를 구하지만 일반 차량들이 양보를 안하고 있다. 2021.7.2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감기겠지''나았으니까'…청해부대, 유증상자 격리없이 뒤섞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 (국방부 제공) 2021.7.21/뉴스1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청해부대 34진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부대 군의관의 안일한 '오판'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청해부대에서 첫 감기 증상자가 발생한 건 지난 2일이었다. 이후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장병이 급속하게 늘었지만, 부대 군의관 2명은 단순 감기로 판단해 감기약만 처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장병이 늘어나자 청해부대는 이달 10일 주간 화상회의를 통해 합동참모본부에 이러한 사실을 처음 보고한다. 당시 청해부대 내 유증상자는 95명에 달했다.

그사이 청해부대는 지난 5일부터 유증상자 일부를 대상으로 '신속항체검사 키트'를 활용해 코로나19 간이검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다만 부대 군의관은 유증상자 전체에 대해 간이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유증상자 95명 중 40여 명에만 간이검사를 실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함정 내 800개 이상의 진단키트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유증상자 전원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것이다.

군 관계자는 "감기약을 처방받고 상태가 호전된 병사가 있었던 만큼, 검사 당시 상태가 좋지 않은 장병들을 우선해 간이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해부대 군의관은 지난 10일 국군의무사령부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당시 상황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당시 부대 군의관은 간이검사 '음성' 결과와 엑스레이 촬영 등을 바탕으로 단순 감기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

이에 의무사 군의관은 코로나19 가능성을 낮게 보면 안 된다며 추가 검사를 지속하도록 조언했다. 그럼에도 청해부대는 유증상자 장병 전원에 대한 간이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진단키트의 정확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군 당국이 알고 있었던 만큼 의심 증세를 보이는 환자 전원에 대한 간이검사를 지시했다면, 확진자를 1명이라도 먼저 찾아낼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이달 11일 청해부대 내 유증상자는 105명으로 늘어났다. 부대는 13일 유증상자 중 6명의 검체를 선별해 현지국가에 PCR검사를 요청했고, 14~15일간 이들 모두 확진됐다는 통보를 받는다.

합참은 15일 이러한 사실을 언론에 알리며 유증상자 80여 명을 함정 내에서 별도 격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11일 기준 최소 105명의 유증상자가 있었지만, 격리는 80여 명에 그쳤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증상을 호소하다 상태가 호전된 인원이 있었다 하더라도 의무사가 코로나19 발병을 우려했던 만큼, 한 번이라도 증상을 호소했던 인원에 대해서는 모두 격리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코로나19에 이미 확진됐을 가능성이 높은 유증상자 20여 명은 확진 판정을 받을 때까지 별도의 격리없이 나머지 병사들과 함께 뒤섞여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곧 청해부대 301명 중 271명이 감염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방부는 22일 이날부터 내달 6일까지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한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감사를 통해 청해부대 군의관이 왜 유증상자 전원에 대한 간이검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함내 격리 역시 일부에게만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이유가 밝혀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