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

[특별기고] 중앙 IRB 출범에 거는 기대

[특별기고] 중앙 IRB 출범에 거는 기대
의약품 개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과 효과성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실시해야 하는데, 임상시험은 아직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을 사람에게 투여하는 연구이므로 안전성과 윤리적 적정성을 검토해 승인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 역할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에서 하며, 이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안전성과 효과성이 보장된 의약품을 개발하기 힘들다. 그동안 국내 임상시험은 꾸준히 증가했으며,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799건의 임상시험이 승인돼 2019년 714건 대비 11.9% 증가했다. 현재까지 임상시험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폭넓게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로 진행해야 해서 여러 병원 등 다기관에서 임상 대상자를 동시 모집해 실시했다. 그러다보니 병원마다 각각의 임상시험 계획을 심사해야 하므로 행정절차 중복과 임상시험 승인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는 병원의 업무중복 부담을 덜고, 임상시험 심사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이에 2008년부터 다기관 임상시험에서의 공동임상시험심사위원회(공동 IRB)에 대한 근거를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에 마련, 심사의 효율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민간병원 중심의 국내 의료체계상 공동 IRB의 역할을 주도하는 주체 선정이 어려워 그동안 정부의 실효적인 지원체계가 아쉬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임상시험심사위원회(중앙 IRB)가 7월 30일 출범한다. 이번에 중앙 IRB가 출범하면 다기관 임상시험에 대한 통합심사체계가 구축됨에 따라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수행이 신속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 IRB 제도는 미국·유럽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다기관 연구 시 단일 IRB를 이용하도록 했고, 유럽도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중앙 IRB가 심사하고 있다. 실제로 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심사 기간의 경우, 국내 병원에서는 평균 약 60일이 소요됐지만 미국·유럽에서는 중앙 IRB에서 15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하기도 했다.

중앙 IRB 심사는 임상시험 참여기관이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있도록 개별 기관 IRB 위원이 참여하는 공동 심사위원회 형태로 운영한다. 여러 기관의 의·과학 전문지식이 충분한 위원들이 함께 심사하기에 더욱 전문성과 공정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중앙 IRB의 주요 지원대상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항암제 등 공적 필요성이 큰 임상시험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병원은 이제 치료 중심을 넘어 연구 중심의 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우수한 인적 자원, 뛰어난 정보 인프라 등 연구 잠재역량을 갖추고 있는 국내 병원들의 다국가 임상시험 수행 비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국내 병원들이 연구에 집중하면서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임상시험을 수행하려면 중앙 IRB가 국내 신약개발의 주춧돌이 되어 임상시험의 과학성과 윤리성을 함께 검증해야 할 것이다.


중앙 IRB 출범은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치료제·백신 개발에 필요한 지원의 중요 토대가 될 것이다. 전문성과 효율성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통합심사와 임상시험 지원을 통해 각 병원들은 연구개발(R&D), 임상연구, 제품개발, 진료 순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를 확립할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의료서비스의 고도화와 의료의 질적 향상이 이뤄져 국민건강 증진을 실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