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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분양·분양지연 ‘기현상’ 양산…"민간 규제 완화해야" [민간택지 분상제 1년]

불필요한 가수요 자극해 시장 과열
분양물량 급감·재건축 지연 역효과
택지 종류 따라 차등화된 규제 필요
"단계적 축소 후 폐지해야" 의견도

로또분양·분양지연 ‘기현상’ 양산…"민간 규제 완화해야" [민간택지 분상제 1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오히려 '로또분양' 열기를 부추기고, 공급을 위축시키는 부작용만 초래하는 만큼 전면적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시행 1년이 지나도록 정책효과가 없는 만큼 점진적 폐기를 주장하거나 공공과 민간 등 택지 종류에 따라 규제를 차등화하는 세밀한 정책 운용의 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가수요만 자극해 투기판 조장

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과 직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지역의 청약경쟁률은 124.7대 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평균 97.1대 1보다 대폭 오른 것으로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로또분양 기대감에 따라 청약시장이 과열됐고, 불필요한 청약 가수요를 양산했다"면서 "청약 기회가 없는 사람들은 재고주택시장으로 매수 전환하면서 재고주택시장 가격 역시 자극해 상승압력을 가중시켰다"고 분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춰버리면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면서 "분상제가 쓸데없는 가수요를 자극해 부동산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분상제가 시장의 공급을 축소시키는 역효과도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민간택지 분상제가 시행된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년간 서울지역의 민간아파트 분양물량은 3188가구에 그쳤다. 분상제 시행 전 1년 동안 1만7195가구가 분양됐던 것과 비교하면 80% 이상 급감한 수치다.

김 실장은 "민간택지 분상제 시행 전에는 회피하려는 물량이 집중됐으나 시행 후에는 분양 계획물량이 급감하는 등 분양시장에 왜곡현상이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둔춘주공의 경우 일반분양만 5000가구가 넘는데, 분상제로 인해 당초 올해 예상됐던 분양시점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춘란 리얼리치에셋 대표는 "분상제는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조합원들로 하여금 서둘러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손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면서 "민간 재건축·재개발은 사유재산인데 이를 재건축 초과이익상한제와 분상제로 억누른다면 굳이 빠르게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분상제 택지별로 세분화 필요

이처럼 집값안정이라는 효과보다는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하는 민간택지 분상제에 대해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도 더 큰 혼란을 우려해 당장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지금처럼 공공과 민간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분상제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 실장은 "택지 종류에 따라 차등적으로 구분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공택지에 주택을 공급하는 공공사업자는 강력한 분상제를 적용하되 민간택지의 민간사업자는 분상제를 완화해 시세의 90% 정도를 적용하면 공급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분상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결국엔 폐지까지 가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운영할 경우 부작용이 거듭되면서 시장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분상제 부작용 역시 무엇보다 공급을 늘리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같은 분상제를 유지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자체를 폐지하지 말고, 상한제를 시행하되 시장에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박소연 기자 우아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