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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아이디어/ 피터 피스크/ 인사이트앤뷰

2015년 발간된 피터 피스크의 ‘게임체인저’에는 디지털 혁명의 파도를 타며 새로운 기술과 상상력으로 무장하고 자신만의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 세상을 파괴하고 혁신하는 100개의 기업이 소개됐다. 책이 출간되자 ‘게임체인저’는 대단한 호평을 받으며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 리더들의 필독서가 됐다. 그리고 100개의 기업 대부분은 지금 막강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에게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생각’이 다르다. 시장, 고객, 제품 등 모든 면에서 기존의 경쟁자와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시장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탐구’하고 고객과 함께 시장을 ‘파괴’한다.

그래서 이들을 게임체인저라고 부른다. 게임체인저는 성숙한 시장에서 이미 만들어진 규칙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게임체인저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들이 미래고 이들이 승리자다.

‘게임체인저’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기업은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인류를 질병에서 구원하는 꿈을 실현해가는 앤 워치츠키의 23앤드미도 아니고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을 개발하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도 아니었다.

호주에서 농축산물과 수산물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배송해주는 오지 파머스 디렉트였다. ‘게임체인저’가 출간되던 2015년, 마켓컬리와 같은 새벽 배송업체가 이 비즈니스 모델로 탄생했다.

오지 파머스 디렉트는 2006년 브래든 로드가 농부 3명과 우유 배달원 1명으로 호주의 농부들을 위해 설립된 회사다. 이들은 농가와 도시의 가정 사이에 단단한 연결고리를 만들고, 중간 도매상을 없애고, 가장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신선한 농축산물을 배달했다. 2014년에 이미 이들은 호주 전역에서 25만 가정에 신선한 과일, 채소, 우유, 달걀, 빵, 고기, 해산물 등을 배달하는 250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호주 최대의 유기농 식품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게임체인저도 새로운 게임체인저나 유사한 비즈니스모델이 등장함으로써 철저하게 파괴되고 해체될 수 있다. 이들은 대형유통업체들이 신선식품 새벽 배송을 일제히 시작함으로써 난관에 빠졌다. 시장점유율 5%로는 대형유통업체의 가격협상력과 고객 네트워크를 넘어설 수 없는 상황에 급속하게 빠져들었고, 결국은 사업을 매각하게 됐다.

지금 코로나19로 온라인 유통업체의 호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네이버, 이베이, 11번가, 쿠팡, 롯데 ON, 마켓컬리와 같은 많은 유통업체 중 누가 진짜 게임체인저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디어’에는 7가지 분야에 각각 새로운 7가지 비즈니스 코드가 담겼다. 49가지 새로운 비즈니스 코드는 ‘게임체인저’에서 소개한 100개의 기업이 공통으로 가졌던 DNA가 2020년대에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미래와 고객을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미래와 조직을 위해 리더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미래를 바꿀 리더라면 책을 덮기도 전에 행동할 용기가 샘솟는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크게 세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는 메가트렌드다. 힘의 축이자 큰 흐름인 메가트렌드를 읽어내지 못하면 훌륭한 아이디어도 빛을 보지 못한다.

둘째는 목적이다. 목적은 미래를 창조하는 이유이자 미래로 가는 동력이다. 목적이 없다면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도 행동하는 이유도 사라진다.
셋째는 고객이다. 고객은 소비자가 아니다. 내 물건을 사주는 사람이 소비자라면, 고객은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