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그동안 IT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했던 다국적 벤처 펀드 ‘비전 펀드’가 최근 중국 정부의 IT 규제 강화를 지적하며 당분간 중국 기업 신규 투자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기술주 자체가 너무 고평가되었다며 비전 펀드의 수익률 악화를 우려했다.
NHK 등 외신들에 따르면 비전펀드를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은 10일 일본 도쿄에서 소프트뱅크의 2·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여전히 기술 혁신과 인공지능(AI)의 허브이지만 "새로운 규제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가 어떤 종류인지, 얼마나 확대될지, 또 시장 영향은 어떻게 될지 등을 파악하고자 좀 더 오래 기다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난 2017년에 소프트뱅크의 자본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등의 자금을 바탕으로 비전 펀드를 시작했으며 2019년에는 소프트뱅크 자본을 출자해 ‘비전 펀드 2’를 출범시켰다. 비전펀드는 과거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차량공유 디디추싱, 동영상 SNS 플랫폼 틱톡을 만든 바이트댄스 등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중국 IT 기업들은 최근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알리바바 주가는 지난 2월 이후 30% 추락했다. 디디추싱 주가 역시 지난 6월 상장 이후 약 3분의 1이 떨어졌다. 미국 씨티그룹 추산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타 기업 지분 가운데 중국 기업의 비중은 44%에 달했다.
소프트뱅크의 2·4분기 순이익은 7615억엔(약 7조943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9% 급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프트뱅크가 이미 중국 기업 투자를 줄이고 있다며 지난 4월 이후 신규 투자액 가운데 중국 기업 비중이 11%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소프트뱅크의 IT 집중 전략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미 센터자산운용의 제임스 아베테 최고투자책임자는 WSJ를 통해 이미 기술주 주가가 너무 고평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10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소프트뱅크가 자체 투자조직을 통해 지난 3월 말에 페이스북(31억달러)과 마이크로소프트(10억달러), 알파벳(5억7천500만달러), 넷플릭스(3억8천200만달러)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6월 포트폴리오에서는 해당 지분들이 빠졌다고 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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