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삼성 경쟁력 회복하나
마이크론·SK하이닉스 등 추격에
1분기 D램 점유율 전년비 3%P↓
TSMC 3나노 양산·인텔 재진출로
파운드리 사업도 '샌드위치' 신세
JY, 이번주부터 현장경영 본격화
美반도체공장 투자·M&A 등 속도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으로 보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삼성전자가 6개월간의 총수 공백에 대규모 투자·인수합병(M&A) 절차를 사실상 '올스톱'한 사이 경쟁사들이 공격적 투자와 신제품 양산에 성공하면서 삼성의 초격차 지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위기 때마다 대규모 투자에 나섰던 삼성이 이 부회장의 복귀를 계기로 과감한 승부수를 띄워 초격차 전략에 다시 시동을 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초미세 공정·초격차 '흔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경쟁사들이 차세대 반도체 초미세공정 양산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의 15나노미터 D램보다 한 단계 높은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4세대 D램 양산에 성공했다. 지난해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 성공에 이어 삼성전자보다 먼저 차기 메모리반도체 기술 주도권을 잡은 것이다. 마이크론은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5위, D램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이은 3위를 기록한 업체다. 삼성전자는 2019년에는 SK하이닉스에 '128단 4D 낸드' 양산 성공을 먼저 허용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41.2%로, 전분기 대비 0.02%포인트 소폭 반등했지만 2019년 3·4분기(44.4%)와 비교하면 점유율이 3%포인트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28.8%, 마이크론은 24.3%였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마이크론이 기술에서 삼성을 앞질렀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초격차라 불릴 만한 큰 차이는 점차 줄어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도 선두주자와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후발주자들이 맹추격하는 '샌드위치' 상황에 놓였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인 TSMC는 세계 최초로 3㎚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1년 빠른 내년 2월부터 대만에서 3㎚ 공정 생산라인을 가동, 7월부터 인텔이 주문한 CPU와 GPU를 양산할 계획이다. 애플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에 이미 3㎚ 시제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이 관건이지만 TSMC의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삼성전자보다 먼저 3나노 양산에 성공하는 세계 최초 기업이 된다.
■경쟁력 회복이 최우선 과제
인텔은 TSMC·삼성전자 등을 겨냥해 2023년 3나노를 시작으로 2024년에는 2나노, 2025년 1.8나노 생산에 들어가고,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인 '하이 NA EUV'(High NA EUV)를 업계 최초로 도입하는 목표를 내놓는 등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세계 최대 통신 칩 제조사인 퀄컴과 아마존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인텔이 현재 추진 중인 세계 4위 업체인 글로벌파운더리 인수에 성공할 경우 파운드리 시장은 TSMC·삼성전자·인텔 3강 구도로 급격히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22년 3나노 1세대 공정 양산, 2023년 2세대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018년 50.7%에서 올해 1·4분기 55.0%로 상향된 반면 삼성전자는 19.2%에서 17.0%로 하락했다.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가 2년 새 31.5%p에서 38%p로 더 벌어진 것이다.
업계는 코로나 특수를 누린 반도체 업황 호조가 끝나는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의 기술경쟁력이 본격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과거 위기마다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압도적 양산능력과 기술력을 확보해 경쟁사를 따돌렸다"며 "이번에도 강한 분야를 더 강하게 만드는 전략을 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내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 부지 선정 등 산적한 투자가 진척되면 차세대 기술 개발·생산에서 다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반도체·백신 현장경영 전망
지난주 출소 후 주요 사업 현안에 대한 보고를 들은 이 부회장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경영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장이 있는 경기 수원 본사와 반도체 생산라인이 있는 경기 화성을 잇따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평택 P3 준공 현장을 둘러보고, 글로벌 반도체 경쟁사의 잇단 투자에 대응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에 들어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본사를 찾는 데 이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하는 등 정부가 가석방 주요 명분으로 내건 백신 확보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백신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을 당시 이 부회장은 화이자 회장과 우리 정부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 백신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