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을 이끌어온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사진=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을 이끌어온 ‘은둔의 지도자’가 모습을 곧 드러낸다. 탈레반은 미군 철수 이틀 만에 아프간 정부군에게서 노획한 군 장비로 퍼레이드를 펼치는 등 세 과시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탈레반이 이르면 3일 베일에 쌓여있던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를 수장으로 한 새 아프간 정부 체제를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961년생으로 추정되는 아쿤드자다는 1994년 탈레반이 결성된 지역이자 아프간 제2의 도시인 칸다하르 출신으로 2016년 후로 탈레반을 이끌었다.
아쿤드자다는 자기 아들을 자살 폭탄 테러범으로 훈련시켰을 정도로 자살 폭탄 테러를 지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들은 2017년 23세에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 게레슈크 지역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벌이고 숨졌다.
NYT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쿤드자다가 최고 지도자가 되고 그 아래에 대통령이나 총리를 두는 등 실무 책임자를 둘 예정이다. 신정주의를 채택한 이란과 비슷한 형태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외무장관, 탈레반 창설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이자 군사작전을 총괄해온 무하마드 야쿠브가 국방장관이 될 것이다. 또 탈레반 연계 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고위 인사 칼릴 하카니가 내무장관에 내정됐다. 탈레반은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새 정부 주요 보직에 여성은 배제됐다.
탈레반은 대중 지도력 확보에도 매진하고 있다.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칸다하르의 외곽 고속도로를 따라 미제 녹색 험비와 무장 차량을 동원해 대규모 퍼레이드를 벌였다. 백악관에서 아프간 전쟁 종료를 선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있은 뒤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이 미제 전리품을 두르고 전쟁 승리를 자축한 셈이다.
탈레반은 또 군사작전을 개시하는 등 아프간 전역 장악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이 떠난 뒤 반(反)탈레반 저항 세력의 거점 판시지르를 두고 저항 세력과 협상이 결렬된 후다.
판시지르는 과거 소련에 항전한 아프간 민병대의 거점 지역이다. 현재 아프간의 ‘국부’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가 반탈레반 저항세력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을 이끌고 있다. NRF는 성명을 내고 “탈레반이 새로 구성하는 정부에 한두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며 "계속 탈레반과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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