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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일본은 어떻게 채무대국이 되었나

[fn광장] 일본은 어떻게 채무대국이 되었나
2020년 일본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66.2%로 세계 1위다. 그리스(205.2%), 이탈리아(161.8%), 미국(131.2%), 스페인(123.0%) 순으로 많다. 국제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주목받는 남유럽 국가들을 제치고 일본이 1위가 된 건 1998년부터였다. 1980년만 해도 39%였던 일본 국가채무 비율이 1991년 63.5%, 1998년에는 117.9%로 세계 1위로 등극한 이후 지금도 최고 수위를 지키고 있다.

한때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미국까지 위협했던 일본이 어떻게 채무대국이 됐을까. 1차적으로는 일본 경제의 침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잘나가던 일본의 성장가도에 제동이 걸린 것은 1985년의 플라자 합의로 보는 견해가 많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 이른바 G5 재무장관이 미국 달러를 일본 엔과 독일 마르크에 대해 절하시키기로 합의했다. 플라자 합의 이후 2년 동안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는 달러화에 대해 각각 65.7%와 57% 절상됐다.

일본은 엔고로 수출전선에 타격을 받자 내수진작 차원에서 복지지출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일본 어디를 가든 잘 만들어진 도로와 교량 등은 건설투자의 결과이고, GDP 대비 10%가량이던 복지지출이 20%를 넘어서게 된 것도 그 결과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지출 확대를 세금이 아닌 국공채 발행으로 조달했다는 데 있다.

돈 풀어서 국민에게 선심 베풀고, 국민이 싫어하는 세금은 높이지 않는 포퓰리즘 정치가 1990년대 2000년대 걸쳐서 일본에서 횡행하게 된 배경에는 초저금리가 있다.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기간과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는 거의 일치한다. 금리하락으로 채무조달비용이 줄어들어 채무를 안이하게 늘릴 수 있는 유인이 됐다. 그렇게 채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현재의 채무대국이 된 것이다.

국가채무가 GDP의 200% 수준으로 높아지자 채무의 원리금 상환을 위해 채무를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2021년 일본 세출 중 사회보장비가 35조3000억엔인데, 국채비로 23조8000억엔을 책정해야 했다. 106조6000억엔의 세입 중 세금수입 등이 63조엔인데, 공채금이 43조6000억엔인 기형적 재정구조가 고착됐다.


2010년대 들어 일본 정부가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소비세 인상을 포함한 조세부담률을 높이는 세입구조 정상화에 나섰지만 잘못된 과거의 선택을 바로잡기에는 이미 때늦은 상황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2022년도 국가예산안이 발표됐다. 2020년 39.8%였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21년에는 47.3%로 2022년 50.2%, 2025년 58.8%로 높일 계획이다. 30여년 전 일본 재정 모습이 데자뷔되는 것은 그냥 기우일까.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