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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찬의 특급논설] 카카오 vs 은행, 누가 이길까

카뱅에 수모 당한 은행들
금소법 앞세워 대대적 반격

당국은 금융사 편이지만
시간은 혁신 빅테크 편

[곽인찬의 특급논설] 카카오 vs 은행, 누가 이길까
국내 최강 플랫폼 카카오가 금융당국, 정치권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플랫폼 때리기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사진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라이언'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카카오브런치 제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더니,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카카오는 모난 돌이다. 뾰족한 끝으로 여기저기 찔러대니까 사방에서 아우성을 친다. 그 중엔 골목상권도 있지만 은행 같은 전통의 강자도 있다. 자기 땅을 집적거리는 데 어떤 바보가 그냥 두고 보겠는가. 은행은 바보가 아니다. 바보는커녕 카카오를 혼쭐낼 만큼 힘이 세다. 더구나 뒤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버티고 있다. 카카오가 벌집을 건드린 걸까? 글쎄다.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따져보자.

◇은행 신경 건드린 카카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빅테크 공포는 꽤 오래 됐다. 어어 하다 빅2 네이버·카카오의 단순 입점업체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 그러다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국내 2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지난 8월6일 코스피에 둥지를 틀었다. 출범한 지 불과 5년7개월만이다.

시장에선 팡파르가 터졌다.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카뱅은 단박에 KB금융, 신한지주 등 금융 터줏대감을 제치고 금융 대장주로 올라섰다. 14일 기준 카뱅은 시가총액 33조1100억원으로 코스피 12위 자리를 꿰찼다. KB금융은 21조7400억원으로 20위, 신한지주는 20조2200억원으로 23위다.

어라, 이게 뭐지? 전통 금융사들은 경악했다. 수십년 역사를 자랑하는 은행들이 신생 인터넷은행에 말그대로 '카카오 당했다'. 수모다.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금융사들이 반격에 나섰다. 무기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다.

국회는 지난해 3월 금소법을 제정했다. 이 법이 1년6개월 경과 기간을 마치고 9월25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금융계와 형님·아우하는 금융당국은 슬그머니 금융계 편을 들었다. 지난 7일 금융위는 네이버파이낸셜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온라인 금융 플랫폼이 펀드 또는 보험상품을 팔려면 먼저 중개업 라이선스를 따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플랫폼에 금융상품을 진열하는 것을 단순 광고가 아니라 중개로 봤다. 카카오페이 등은 화들짝 놀랐다. 서둘러 앱을 손질했다. 무엇보다 기존 금융사와 금융당국은 한통속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곽인찬의 특급논설] 카카오 vs 은행, 누가 이길까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와 창립자 마윈을 대놓고 때리고 있다. 사진은 2016년 3월19일(현지시간) 마윈(馬雲)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개발포럼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중국, 미국 플랫폼도 뒤숭숭

해외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중국은 대놓고 금융 플랫폼 목을 조른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은 지난해 가을에 좀 나댔다. 그는 상하이에서 열린 포럼에서 "대형 국유은행들이 충분한 담보가 있어야만 대출을 해주는 '전당포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 자리엔 중국의 고위 금융 당국자들도 있었다. 말은 맞는다. 하지만 방식이 조악했다. 이런 걸 두고 '싸가지가 없다'고 한다. 마윈은 괘씸죄에 된통 걸렸다.

당장 알리바바 금융 플랫폼인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사실상 퇴짜다. 마윈은 역대급 IPO를 통해 앤트그룹을 세계 최대 핀테크 회사로 키우려 했으나 일장춘몽으로 막을 내렸다.

미국도 플랫폼에 견제구를 던지는 중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반독점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테크래시(Tech-lash)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 때리기란 뜻이다.

최근 한국에서 플랫폼을 때리는 분위기가 확 살아난 것은 중국·미국에서 벌어지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일부에선 카카오페이가 한국판 앤트그룹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카카오페이의 상장 로드맵에 거푸 태클을 걸었다. 이젠 연내 상장도 불투명하다.

[곽인찬의 특급논설] 카카오 vs 은행, 누가 이길까
카카오의 동네상권 침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이 지난달 5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대기업의 대리운전 전화콜 시장 진입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꼬리 내린 카카오

최근 카카오는 너무 잘나갔다. 오죽하면 '아마존 당하다(Amazoned)'를 본따 '카카오 당하다'란 말이 나올까.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그룹의 재계 순위는 지난해 23위에서 올해 18위로 올랐다. 계열사는 118개로, SK(148개)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기업공개도 한꺼번에 몰아서 했다. 지난해 9월 카카오게임즈를 필두로 올해는 카뱅을 완료했고, 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가 대기 중이다. 주위의 시샘을 살 만하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나름 완충장치를 마련했다. 지난 3월 그는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이 이끄는 슈퍼리치 자선클럽 '더 기빙 플레지'에 가입했다. 재산의 절반을 좋은 일에 쓰겠다고 했다. 사실 이런 재벌 창업자는 처음이다. 그러나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람들은 자선보다 골목상권을 존중하는, 존경받는 기업 카카오를 더 원하는 것 같다.

김 의장은 14일 상생안을 내놨다. 그는 "(플랫폼에 대한)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해온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20여년 전 출범 때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를 윤리강령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 약속은 공수표가 됐다. 김 의장은 지난해 카카오 출시 10주년을 기념하는 메시지에서 "카카오의 지난 10년이 '좋은 기업'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위대한 기업'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기업도 위대한 기업도 존경받는 기업도 말처럼 쉽지 않다.

[곽인찬의 특급논설] 카카오 vs 은행, 누가 이길까
빅테크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양대 플랫폼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뚝 떨어졌다. /사진=뉴스1


◇최후 승자는 빅테크에 한 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후의 승자가 빅테크가 될 거라는 데 한 표를 건다. 금융계와 금융당국이 설사 카카오는 이길지 몰라도 혁신을 이기진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요컨대 시간은 빅테크 편이다.

중국 전국시대에 세객(說客) 소진은 군주들에게 합종책을 권했다. 최강 진(秦)나라에 맞서려면 나머지 여섯나라가 똘똘 뭉쳐 진에 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진나라는 장의를 앞세워 연횡책을 구사했다. 여섯나라와 개별 동맹을 맺은 뒤 각개격파하는 전략이다. 결국 천하는 연횡책을 쓴 진나라가 통일했다. 21세기 금융전쟁에선 빅테크가 진나라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기존 금융권이 빅테크 때리기로 만족하고 안주한다면 큰 오산이다. 미국 시티 금융그룹은 2018년에 발표한 '은행의 미래' 보고서에서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자동화 여파로 2025년 은행의 풀타임 인력은 40~50%(금융위기 이전 정점 대비), 지점수는 30~50%(2014년 대비)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금융투자협회 <'은행의 미래' 보고서 주요내용>에서 재인용). 금융연구원(KIF)은 '2021년 은행산업 전망과 경영과제' 보고서에서 "자사 앱(또는 플랫폼)의 편의성 향상과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등 디지털 채널의 경쟁력 향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에 제안한다. 여우처럼 굴어라. 문어나 공룡처럼 굴면 골목상권, 금융계, 정치권은 물론 여론도 반기를 든다.

기존 금융사들에 제안한다. 카멜레온이 돼라. 변하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다.
휴대폰 위에서 빛의 속도로 거래가 이뤄지는 빅테크는 밀물이다. 인위적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다. 과거 영광에 집착할수록 나락으로 떨어질 확률이 크다.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