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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4명 탄 '우주탐사대'… 사흘간 지구 궤도 수십번 돈다[머스크가 연 우주관광시대]

'크루드래건' 고도 575㎞ 로 
국제우주정거장보다 높아
시프트4 페이먼트 창업주 
거액 들여 네 좌석 통째 구입
'의족 간호사' 등 3명에 선물

민간인 4명 탄 '우주탐사대'… 사흘간 지구 궤도 수십번 돈다[머스크가 연 우주관광시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운데)가 1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캡슐 '크루드래건'의 승무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발사된 우주선은 사흘간 지구를 수십차례 돈 뒤 귀환한다. AP뉴시스

전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궤도를 도는 민간 우주관광이 시작됐다. 1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 항공우주국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 캡슐을 실은 로켓 팰콘9이 발사에 성공했다.

'인스퍼레이션4'로 명명된 이번 프로젝트에서 크루 드래건은 민간인 4명을 태우고 앞으로 3일간 고도 575㎞에서 지구 궤도를 수십차례 도는 우주 여행을 시작했다. 캡슐 안에서 여러 실험도 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드래건은 음속 22배인 시속 2만7359㎞ 속도로 사흘 동안 지구 주위를 궤도 비행한다. 이는 1시간3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여행이다.

앞서 지난 7월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탐사기업 '블루 오리진'과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이 시도한 우주 관광은 불과 몇 분 동안 중력이 거의 없는 '극미 중력' 상태를 체험하고 바로 돌아오는 저궤도 비행이었다. 블루 오리진과 버진 캘럭틱이 발사한 민간 우주선의 최고고도는 각각 100㎞, 86㎞에 불과했다.

반면 스페이스X는 목표 고도를 575㎞로 설정했다. 이는 국제우주정거장(ISS)과 허블 우주 망원경 궤도보다 높은 우주 공간이다. 또한 이번 인스퍼레이션4 비행은 또 사상 처음으로 탑승자 4명 전원 민간인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캡슐의 컴퓨터 체계는 승무원이 아닌 지상에 있는 스페이스X 전문가들의 관리 속에 자체 조종하게 되며 승무원장인 재러드 아이잭먼과 조종사 역할을 하는 시안 프록터는 캡슐 비행 훈련을 받아 위기가 발생할 경우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다.

이번 승무원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아이잭먼은 미국 신용카드 결제 처리업체 '시프트4 페이먼트' 창업주로 스페이스X에 거액을 내고 네 좌석을 통째로 사 이 중 3개를 나눠줬다. 아이잭먼은 이번 비행을 통해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세인트 주드 아동 연구 병원에 기부할 2억달러(약 2334억원)를 모금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3명의 민간인 탑승객은 애리조나 전문대학 과학 강사 시안 프록터와 세인트 주드 아동 연구 병원의 전문 간호사 헤일리 아르세노, 항공기 제작업체 록히드 마틴의 데이터 기술자 크리스 셈브로스키다. 올해 29세인 아르세노는 열살 때 골종양을 앓아 다리를 잃었으나 의족을 하고 간호사의 꿈을 이룬 인물로 미국인으로는 최연소로 우주 비행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프록터는 나사 우주비행사 모집에 세 차례나 지원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부친도 나사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셈브로스키는 미 공군에서 복무한 이라크전 참전용사로 세인트 주드 병원 기부자 7만2000명 중 추첨으로 뽑히는 행운을 안았다.

스페이스X는 내년 초에는 부유한 기업인 3명과 퇴역 나사 우주선 승무원이 ISS로 비행하는 1주일짜리 일정을 잡아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비행으로 머스크 본인이 언제 우주 비행을 직접 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페이스X는 현재 화성 탐사용 로켓인 '스타십'을 개발 중에 있으며 2020년대 중반에 유인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머스크의 우주 비행도 이때가 유력시 되며 이미 우주 체험을 한 억만장자인 베이조스와 브랜슨에 비해 우주에서 더 먼 곳으로 비행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지난 7월 브랜슨이 직접 탑승해 우주 비행에 성공한 직후 버진 갤럭틱은 머스크가 한장에 25만달러(약 2억9200만원)를 호가하는 자사의 우주 여행 탑승권을 구매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머스크의 개인적인 첫 우주 비행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