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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플랫폼 국감, 구태 반복하려면 안 하는 게 낫다

[fn사설] 플랫폼 국감, 구태 반복하려면 안 하는 게 낫다
윤재옥 정무위원장이 9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의하고 있다. 이날 정무위에서는 올해 국감에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올해 국정감사의 별칭은 '플랫폼' 또는 '네카배'가 유력하다. 10월1일부터 3주간 진행되는 21대 국회 두번째 국감의 포커스는 '네카배'로 불리는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공간을 매개로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시키는 플랫폼 기업들이다.

국감의 방향성은 국감 증인에서 판가름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강한승 쿠팡 대표, 배보찬 야놀자 대표 등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환경노동위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윤석춘 하림 대표, 김봉진 배달의민족 의장 등을 명단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대표, 전항일 이베이코리아 대표 등을 소환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와 연관성이 적은 농해수위까지 관련 기업인을 국감에 불렀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모든 상임위에서 플랫폼 기업인을 볼 수 있는 국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 국감은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라고 만든 제도다. 공공기관장들은 줄줄이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할 의무가 있다. 사회적 관심이 크다면 기업인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미국 의회도 수시로 기업인을 부른다. 지난해 10월 상원 상무위원회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잭 도시 트위터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를 출석시켜 콘텐츠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그럼에도 국감 무용론이 매년 제기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16일 현재 정무위가 채택한 증인·참고인의 67%는 민간 기업인이다. 농해수위도 65% 가량이 기업 관계자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포함돼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대표도 증인이다. 농어촌발전기금, 농어촌 초고속 인터넷 보급 문제로 이들을 불렀다는 것이다. 이러니 국감이 지역구 민원 해결용이냐는 비아냥을 듣는다.

특히 올해 국감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다. 국감이 정략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이 플랫폼 기업인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한 것도 선거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플랫폼 기업의 '골목 시장 침해'를 부각시켜 대선에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 규제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발의된 뒤 1년 가까이 무관심하던 정치권이 이제서야 호떡집 불난 듯 움직이는 것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감은 1987년 개헌과 함께 부활했다. 올해로 34년째다.
구태를 벗어날 때도 됐다. 기업인 모욕주기, 무작정 기다리게 하기, 무리한 출석요구 등이 통용되는 시대는 지났다.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4대 IT기업 CEO들을 부른 청문회장은 콘텐츠 규제를 둘러싼 치열한 토론의 장이었다. 국감이 플랫폼 군기잡기로 끝나지 않길 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