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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상점 텅 비고 주유소 문 닫고..."힘든 겨울 예고"

[파이낸셜뉴스]
영, 상점 텅 비고 주유소 문 닫고..."힘든 겨울 예고"
영국 런던의 한 슈퍼마켓에서 20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텅 빈 매대 앞으로 지나고 있다. AP뉴시스

영국이 전력난을 시작으로 휘발유, 생필품난에 맞닥뜨렸다. "정말로 힘든 겨울"을 맞이하게 됐다.

화물차량 운전사 부족 사태부터 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 노동력부족, 전세계 공급망 차질 충격이 일시에 몰아닥친 탓이다.

CNBC는 24일(이하 현지시간) 트럭 운전사 부족 사태 등으로 영국 전역이 심각한 공급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일부 업체는 트럭 운전사를 뽑기 위해 최대 7만파운드(약 1억1300만원) 연봉에 업무 개시 보너스로 2000파운드를 주겠다는 제안까지 하고 있다.

앞서 폴 스컬리 영국 중소기업부 장관은 23일 ITV뉴스에 "정말 힘든 겨울이 될 것"이라면서 "정부가 상황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기름없어 문 닫는 주유소
보리스 존슨 총리 대변인은 영국내 기름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면서 정상적으로 주유할 것을 촉구했지만 시민들은 패닉 상태에 몰려 주유소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

영국 석유메이저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24일 무연 휘발유와 경유 부족으로 인해 영국내 주유소 몇 곳의 영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BP는 "공급망에서 일부 지연이 일어나면서 이같은 일이 빚어졌다"면서 "영국 전반에 확산된 (트럭) 운전사 부족 여파"라고 설명했다.

미국 석유메이저 엑손모빌 산하 에소도 영국내 주유소 일부가 기름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면서 원활한 공급망 가동을 위해 모든 당사자들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이자 500개 주유소를 운영하는 테스코는 공급에 큰 문제가 없다면서 주유소 2곳이 일시적으로 부족 사태를 겪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노동 부족 심각
주유소가 기름이 없어 문을 닫는 가운데 슈퍼마켓 매대는 텅텅 비고 있다. 물류 차질 뿐만 아니라 아예 식료품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식품·음료 제조업 연맹(UKFDF)의 이언 라이트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식음료 업체들이 "식품 공급망 전반에 걸쳐 (트럭 운전사 부족과 비슷한) 심각한 노동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트 CE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영국내 노동력이 심각히 부족한 상태라면서 정부가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팬데믹 봉쇄 기간 고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노동자들이 봉쇄가 풀린 뒤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등 약 100만명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신속히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영국내 식료품 부족 사태는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산화탄소 공급 부족
최근에는 영국내 이산화탄소(CO2) 공급부족 사태로 식음료 생산 차질이 심화하고 있기도 하다.

CO2는 탄산음료부터, 탄산수, 유통기한을 늘리는 훈증제, 또 냉동식품 운송에서 냉매로 사용되는 등 식음료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미국 CO2 제조업체인 CF인더스트리스가 최근 영국 공장 2곳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공급이 급격히 줄었다. 이들 공장 2곳은 영국내 상업용 CO2 생산의 60%를 담당한다.

CF인더스트리스는 도매 가스 가격이 급등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대응에 나서 공장 재개에 합의했지만 식음료 업체들은 이전보다 5배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할 전망이다.

물류를 비롯한 공급망 차질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어서 영국인들은 힘든 겨울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